박윤경 (한국독서지도연구회 연구원, 북아트연구소 책다움 평택지부대표)
버튼만 누르면 얼굴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멋진 손목시계와 어디든 갈 수 있는 큰 강아지를 갖는 것은 어린 시절 내 소원이었다. 내가 다니던 시골 학교는 40분을 걸어가야 했다. 학교 다니는 게 좋았지만 비가 오거나 추운 날 바들바들 떨면서 걸어가는 건 싫었다. 그 때 난 머릿속으로 상상을 자주 했다. 우리 집에서 기르는 바둑이가 내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작아졌다가 내가 힘들 땐 엄청 커져서 나를 태우고 다니는 상상, 누르기만 하면 통화가 되는 시계, 그 당시엔 허무맹랑한 상상들이 현실로 나타났다. 움직이는 길인 에스컬레이터, 영상통화가 되는 휴대전화, 하늘을 나는 자동차,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떤 상상들이 현실이 될까?
상상은 유쾌하다. 정답도 없고, 언제든 내 마음대로 시작하고, 끝낼 수 있으니까 완전히 나만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상상은 꿈을 꾸게 한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가면서 이런 상상은 공상이 되어버리고, 생각도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나는 아직 말랑한 뇌를 가지고 싶어 하는 어른이고, 아이들 또한 좁은 틀 안에 속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던 중 아이들과 재미있게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책 만들기, 바로 북아트다.
북아트가 뭐예요?
북아트는 189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으며, ‘미술가의 책’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미술관을 운영하던 암브로이즈 보라르가 당시 유명한 화가들의 드로잉과 시인들의 시를 엮은 시화집을 만들어 귀족들에게 팔았다. 그런데 반응이 좋아서 20세기 초에는 많은 화가들이 북아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미술작품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북아트 작품은 종이 한 장을 가지고 접고 오려서 만든 간단한 구조와 모양에서부터 조형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점점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북아트는 어렵게 생각했던 예술이라는 분야를 일반인들에게 쉽게 접할 기회를 주었고,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북아트는 특정인만이 즐기고 누리는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친근한 분야로 다가와 우리 삶을 좀 더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한다. 작품의 주제나 소재 등에서 자유롭고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작업하는 사람에 대한 제한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만이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책은 더 없이 매력적인 작업이다.
어린이 북아트의 경우 이야기와 예술적 감각이 적절히 융합된, 통합 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 있다. 어린이들은 책을 만들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글을 쓰고, 그리고, 만드는 활동들을 하게 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자부심을 갖게 된다.
북아트를 아이들 교육에 처음으로 접목시킨 것은 영국에서 실시된 ‘어린이 북아트 프로젝트’이다. 창의력을 중시하면서 프로젝트 수업을 위주로 하는 영미권과 유럽권에서는 책 만들기 활동이 교육 과정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책 만드는 방법이 실려 있고, 교과학습 뿐만 아니라 글쓰기, 미술, 과학 등에서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아이들과 수업하기
▲ 노먼 메신저 글, 그림/ 웅진주니어
1) 책소개
심심할 때, 웃고 싶을 때. ‘상상하는 책’은 그럴 때 보면 적절한 책이다. 책표지부터 재미있다. 중간에 놓인 표지를 위로 움직이면 케이크를 들고 있는 여자의 큰 입이 보이고, 아래로 움직이면 여자가 쓰고 있는 모자가 열린다. 모자 속은 작은 빵 가게가 통째로 들어있는 것 같다. 케이크며, 파이, 머핀이 가득 들어있다. 냉큼 모자를 들고 가고 싶은 상상에 빠진다.
이 책은 ‘발판 없는 사다리, 어떻게 올라가지요? 다리 없는 의자, 어떻게 앉죠? 열쇠 구멍 없는 자물쇠, 어떻게 열까요?’ 등의 질문을 던지며 상상거리를 제공한다. 다른 그림 찾기, 숨어 있는 그림 찾기, 늘어나는 얼굴,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판, 여러 가지 상상 동물 등 다양한 볼거리와 생각거리가 담겨 있어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앞면) (뒷면)
종이를 3등분해서 표시한 다음 앞면의 맨 위와 맨 아래, 뒷면의 가운데 부분에 그림을 그린다. 양 끝을 가위로 3등분해서 원래 그림 동물과 다른 모양이 되게 한다. 코끼리 얼굴에 토끼 귀, 뱀 몸에 달린 날개 등, 아이들이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것을 자유롭게 그리고 색칠하게 한다. 구슬이나 리본, 헝겊 등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꾸며보게 한다. 왜 이런 동물을 그렸는지 이야기 나눈다.
# 활동 결과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