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의 열정과 신념을 공감하며
도란도란 소통할 수 있는 교육 정보 매거진

[공감 talk]

열정과 냉정 사이ㅣ미니멀 클래스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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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학습 훈련’ 대신 ‘좋은 배움 습관’으로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는 특별한 수업을 준비한다. 좋은 배움의 습관을 들이기 위한 ‘배움중심 수업 오리엔테이션 수업’이다.


학년별 수준을 고려해 질문과 영상을 선별하고, 수업 디자인에 정성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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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선생님과 나누는 속 깊은 대화는 아이들이 잘 배울 수 있는 ‘좋은 배움 습관’에 한 걸음 다가가게 한다. 


교실에는 그 흔한 종도 없고, 주의 집중 신호도 없다. 


발표 수신호도, 체크리스트도, 학급 온도계도, 모둠을 이끄는 모둠장도, 시간을 알려 주는 타이머도 없다. 


아이들은 수업에 가볍게 들어오고, 배움의 본질에 깊이 빠져든다. 배움중심 수업 오리엔테이션 수업을 받은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선생님, 이 수업 뭔가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 오늘 수업 좀 좋았어요.”



“선생님, 이런 수업은 처음이에요.”



미니멀 클래스 수업은 교사도 학생도 맥시멈으로 행복하다.











‘텔레비전 수업’ 대신 ‘친구와 배움’으로


“엄마, 나는 초등학교 수업이 대부분 한 덩어리야. 모든 선생님 수업이 다 똑같았어.”


“정말? 수업이 구별이 안 돼?”


“구별 안 되지. 담임 선생님의 친절한 정도는 차이가 있었는데, 수업은 다 똑같았어.”


“어떻게 똑같은데?”


“텔레비전 켜고 그 사이트 들어가서 설명 듣고, 선생님이 보충 설명하실 때도 있고,


교과서 빈칸에 정답 쓰고, 손 들고 발표하고, 다 똑같지.”


스무 살이 넘은 아들과의 대화이다. 


아이들에게 ‘텔레비전 수업’ 대신 친구들과 협력하며 배울 수 있는 수업을 하는 건 어떨까.


우리 아이들에게 성취 기준에 맞는 주제를 주고, 그 주제를 탐구할 수 있는 활동을 만들어 주자. 활동이 어려우니 친구와 협력하도록 모둠을 만들어 주자.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물어보는 질문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틀려도 괜찮으니 마음껏 표현하게 격려해 주자.


성취 기준을 분석해서 탐구할 수 있는 활동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매일 수업과 업무에 쫓기다 보면, 아이들은 선생님이 불러 주는 정답을 교과서에 옮겨 적고 있
다. 


활동지를 만들지 못해도 괜찮다. 


교과서 그대로 아이들이 대화하면서 해결할 수 있도록 모둠 대화 시간이라도 주자.


적어도 아이들이 ‘텔레비전 수업’이나, 다른 선생님이 만들어서 커뮤니티에 올린 ‘PPT 수업’을 멍하니 보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활기가 넘칠 것이다. 











교사들도 가벼워진 ‘전학공’으로



학기 초, 동 학년 교사들이 모여서 한 해 전문적학습공동체(이하 전학공) 주제를 정한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예산을 지원해 주면서 전학공을 필수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동 학년 교사들은 융합 수업, 한글 수업, 국어 글쓰기 수업, 토의·토론 수업, 주제를 갖고 진행하는 프로젝트 수업 등 제각각 한해 도전해 보고 싶

은 관심 교과와 주제가 다를 것이다.


같은 주제를 정하는 작업이 전학공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올해 연구해 보고 싶은 각자 연구 주제를 정하고, 정기적으로 시간을 확보해서 만나고 수업 대화를 나누면 어떨까? 

성취 기준도 분석해야 하고, 탐구할 수 있는 활동도 만들어야 하고, 수업에 적용해 보고 피드백도 받아야 하고, 가끔은 수업을 열어서 봐 달라고 

할 수도 있다.


동학년 전학공에서 할 수 있는 협업은 무궁무진하다. 



‘학년 특색 사업’의 성과물을 모으는 것이 아닌 ‘진짜 수업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전문가 공동체가 아닐까?
















‘학급 규칙 만들기’ 대신 ‘우리 반 철학 세우기’로





3월 첫날, 우리 반은 첫 번째 활동으로 ‘함께 이름 외우기’를 한다. 

이름을 다 외우고 나면 아이들은 여지없이 학급 규칙을 만들자고 한다. 

수많은 규칙이 아이들 입에서 쏟아져 나온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규칙보다는 벌칙에 가깝다. 


오늘 처음 만났고, 만난 지 두어 시간밖에 안 되었는데 규칙, 아니 벌칙을 만드는 것이 뭐가 그리 급할까? 


꼭 필요한 규칙인지 아이들과 하나하나 따져 본 다음에는 그것을 확인받는 절차로 이어진다. 


행동을 누군가에게 점검받고, 잘 지켰을 때 보상으로 스티커를 받으며, 스티커를 모아서 더 큰 보상을 받는 구조다.


작년 한 해, 담임이 아닌 수학 수업으로 전교의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에게 칭찬 스티커나 사탕을 주는 대신 함께하는 수업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탐구할 수 있는 활동지를 만들고, 친구들과 협력하면서 즐겁게 배우도록 한 것이다. 


학기 말에 아이들은 친구와 대화하며 배우는 즐거움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배움의 장에서 최고의 보상은 몰입의 기쁨이고 탐구의 희열이다.


아이들이 그것을 알게 되면 그 어떤 보상도 시시해진다 .


수많은 규칙을 과감히 폐기 처분하고, 꼭 필요한 몇 개의 가치를 학급 철학으로 세우는 것은 어떨까? 


언젠가 우리 반은 ‘경청’과 ‘배려’ 두 단어를 학급 규칙으로 정한 적이 있다. 


그날, 아이들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얘들아, 그런데 좀 이상해. 경청과 배려 안에 모든 것이 다 포함되는 것 같아.” 


“맞아, 수업 시간에 제일 중요한것은 ‘경청’이잖아. 


쉬는 시간에 중요한 것은 ‘배려’야. 


하루 종일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돼.”


“쉬는 시간에도 ‘경청’은 필요해.”


“수업 시간에도 ‘배려’가 필요하고….”


아이들은 첫날부터 선생님의 큰 그림을 읽었다. 


현명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가볍게 한해살이를 시작해 보자.


반짝이는 눈동자, 막힘없는 생각과 발언, 유쾌한 웃음과 함성, 유연한 몸짓….



천진하고 총명한 아이들과 동행하면 교사인 우리도 더불어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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