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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talk] 명사의 교실

학교, 그 빛나는 무대에서 함께 노래 부르리

1990년 KBS를 통해 방영된 <천사들의 합창>은 멕시코에서 제작한 외화 시리즈임에도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어린이 드라마다. 자상한 선생님 히메나와 각기 다른 출신과 배경의 학급 아이들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김은영 교감 선생님의 교직 생활은 그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1990년 처음 교직에 발을 들인 이후 지난 30년간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온 교단 위의 지휘자를 만났다. 

글 유승혜 | 사진 박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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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도, 교직도 합창과 같아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밸런스(Balance)가 필요하고 

여러 요소가 적절하게 융화되는 블렌딩(Blending)이 중요하죠. "

|멀어진 거리만큼 필요한 연결고리

김은영 교감 선생님이 오랜만에 음악실 피아노 앞에 앉았다. 평교사 시절, 10년간 음악 교과 전담 교사로 지냈던 그는 그때를 참 행복한 시절로 회상한다. 그에게 교직과 음악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오랫동안 사용한 적 없는 피아노에 쌓인 먼지를 보는 그의 마음은 착잡하다.

“IT 계열 기능이 우수한 선생님들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그렇지 못한 선생님들이 능력 없는 교사로 비칠까봐 조금 염려가 됩니다. 현장에선 훨씬 장점이 많을 수도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그런 장점을 다 보여주기가 어려우니까요.”

학생들 입장도 헤아려야 한다. 가정에서 케어가 어려운 아이들, 기초 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일일이 챙겨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교감으로서 책임이 크다고 말한다.

“일반 교사 때는 내가 맡은 아이들과의 관계에 집중했지만 교감이 되고 나니 학생, 교사, 교직원, 학부모까지 두루 시야를 넓혀야 하더라고요. 거리 두기가 기본이 된 시대이지만 학교 안팎으로 사람 간의 좋은 연결고리가 되고 싶습니다. 언제나 어려운 문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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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연결된 특별한 제자 

“기억해요, 혹독한 겨울의 눈 속에 잠자는 씨앗은 따스한 햇살 아래 봄에는 장미로 피어오를 것을… ”

일상이 녹록지 않았던 올해, 김은영 교감 선생님에게 위로가 되어준 노래 ‘더 로즈(The Rose)’의 가사 일부다. 평소 클래식을 즐겨듣는 김은영 교감 선생님에게 이 올드팝이 각별해진 이유가 있다.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의 경연 프로그램인 JTBC <팬텀싱어 3>의 결승 2차전 마지막 곡인데 우승팀인 라포엠의 멤버 최성훈 씨가 김은영 교감 선생님의 제자다. 카운터테너로 한국의 파리넬리라는 찬사를 받으며 큰 주목을 받은 그의 음악적 재능은 김은영 교감 선생님이 일찍이 알아봤다.

“성훈이가 4학년 때 담임이었어요. 우리 반 회장이었는데 노래 부르길 좋아하고 또 잘해서 5, 6학년으로만 이루어진 학교 합창단으로 뽑았죠. 음악 말고도 뭐든지 잘하는 아이여서 제가 예술가의 길은 힘들 수 있으니 취미로 해도 좋다고 얘기했던 게 기억나요. 결국 장학생으로 예고로 진학하고 이름난 성악가가 되었지만요.”

기억에 남는 제자들은 손에 꼽을 수 없이 많지만 ‘음악’이라는 끈으로 연결된 제자라 감회가 새로웠다.

|성과보다 과정, 혼자보다 함께

김은영 교감 선생님은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중학교 때부터 합창단, 성가대에서 활동했으며 교대 진학 후에도 내내 음악과 함께했다. 초등 음악교육으로 석사까지 마친 그는 음악 교과서를 다수 집필했고 지금은 대구합창연합회 부회장, 국제합창심포지엄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지내며 대외활동도 하고 있다. 학생들의 합창, 합주를 지휘하면서 스스로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던 2002, 2003년에는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전문적으로 합창 지휘를 배웠다.
“그때 제게 합창 지휘를 가르쳐 준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합창단 리허설 시간에도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요. 지휘자가 준비되어야 단원도 연습 시간이 행복하다고요. 아이들에게 합창단의 기억이 행복한 시간으로 남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죠. 합창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밸런스(Balance)와 블랜딩(Blending)이라고도 강조하셨는데 그게 삶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 앞에 서기에 앞서 최선의 준비를 하는 것, 성과가 아닌 과정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 혼자가 아닌 함께일 수 있게 이끌어 주는 것. ‘합창의 기본’은 곧 김은영 교감 선생님이 교직 생활을 하며 체득한 교육자의 본질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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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도 학생도 즐거운 학교

“실제로 합창이나 합주는 굉장히 좋은 교육이에요. 사회가 점점 개인주의화 되어가잖아요. 합창이나 합주를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친구의 소리에 귀 기울여서 내 소리가 조화롭도록 노력해야 하고, 또 내가 잘하더라도 다른 친구가 잘 안 되면 함께 연습해야 하고요. 그 과정을 거치며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음악을 만들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배려와 존중을 배우는 거죠. 이런 경험이 있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나중에 어른이 된 후 사회를 살아가는 방식은 아주 다르다고 생각해요.”
김은영 교감 선생님의 교육관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악기 소리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캐치하는 동시에 그 모든 소리가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통솔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자기 색깔을 드러내며 서로 잘 지내도록 돕는 게 교사의 몫이다.
“후배 교사들에게도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해요. 너무 과하게 학교 업무에만 매달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에너지가 금방 소진되거든요.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갖고 자신을 충전할 방법을 가졌으면 해요. 취미든 사람이든 개인적인 관심사 그 무엇이든요. 고민과 격려를 나눌 수 있는 좋은 동료나 선·후배가 함께한다면 더욱더 좋겠죠.”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는 교사

김은영 교감 선생님은 장래 희망으로 선생님을 적어 본 적이 없다. 다만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많이 존경했다.
“학교 가는 건 재미없어도 선생님은 참 좋았어요. 반 친구들 한 명 한 명의 성격과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고 겉은 엄격했지만 속은 따뜻한 분이셨거든요. 저를 잘 아셨던 분이라 교대 진학을 한다고 했을 때 의아해하셨죠. 그러다 시간이 흘러 첫 발령을 받았을 때 선생님께서 금 목걸이에 식사까지 사 주시며 '너라면 창의적인 교사가 될 수 있어.'라고 격려해 주셨어요. 이제껏 제 든든한 받침목이 되어 주신 분이에요.”
교사를 꿈꿔 본 적 없던 그가 열정 넘치는 선생님으로 거듭나기까지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자신을 향한 은사님의 진심, 아이들의 진심이 천천히 조금씩 스며들어 지금의 자리까지 이르렀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사 혹은 좋은 교사에 대한 정의는 바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다.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죠.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에 관심을 두는 사람, 즉 좋은 사람이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해요.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아도 진심으로 대하면 그 마음은 전해진다는 것을 믿어요.”
그가 남은 임기 동안 소망하는 것은 단 하나다. 학생도 교사도 마음 붙이고 즐겁게 올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
“학교가 재미없던 제가 교사가 된 것이 아이러니한데요. 이젠 세상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리코더 좀 못 불더라도 불면서 재밌으면 좋은 거죠. 아이도 선생님도 학교를 즐겁게 다니면 좋겠어요. 교사와 학생, 우리 다 같이 만들어 가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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