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뉴 노멀 시대의 비대면 수업을 말하다.
코로나 시대의 교육은 과연 어떠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20대부터 50대의 교사들이 모여 초등 교육의 생생한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코로나19가 일으킨 대혼란
지난 봄, 갑작스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상 초유의 온라 인 개학을 하며 전국이 떠들썩했습니다.
발표 당시 다들 어떠셨나요?
최형규
2월 초까지는 메르스 때처럼 방역만 잘하면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죠.평소처럼 개학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2월 말쯤 확진자가 엄청 늘어나기시작하며 상황이 심각해지더라고요. 당시에는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우리 학교는 교사별로 각각의 과목을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김건구
저는 개학이 미뤄졌다는 소식을 뉴스로 먼저 접했던 게 기억나네요. 나중에 개학이 2주 정도 미뤄졌다는 공문이 와서 다시 계획을 짰는데 또 미뤄졌어요. 몇 차례 계획을 세웠다 엎었다 하는 과정의 연속이어서 당시 교사들이 매우 힘들었어요.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한다고 했을 때, 당장 사용해야 할 장비가 없어서 사비로 구입하는 교사들도 있었고요.
장민호
우리 학교는 그래도 장비가 넉넉하게 지급되어서 온라인 영상을 만드는 데 좀 수월했어요. 학기 초에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인사하는 영상을 만든 게 생각납니다. 얼굴을 보지 못하는 대신 매일 학생에게 전화해 안부를 묻기도 했고요. 그때는 정말 학부모와 학생만큼이나 교사들도 당황스러움이 컸죠.
오은숙
맞아요. 교사들이 모여 대책을 세우기 위한 회의를 정말 많이 했어요. 교육 과정을 5번 정도 번복하며 계획표를 작성한 것 같아요.
1학기 정규 수업을 원격으로 진행하는 것은 사상 유례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학교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들도 큰 혼란을 겪었는데요.
온라인 교육을 하면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장민호
아무래도 장비 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봅니다. 컴퓨터나 노트북, 스마트패드,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들이 꽤 있었어요.
김건구
맞아요. 게다가 다자녀 가정에서도 혼란이 좀 있었죠. 컴퓨터가 가정에 한 대 뿐인데 동시다발적으로 수업이 이뤄지니 누군가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거예요. 또 혼자서 컴퓨터로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해도 다른 형제, 자매의 수업 소리가 겹쳐서 들리니까 집중하는 것도 어려웠고요.
오은숙
쌍방향 수업을 하기 위해 줌(ZOOM) 프로그램을 활용하는데, 이때 소외되는 아이들도 많았죠. 예를 들어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가정에서는 줌에 대해 설명을 해 드려도 프로그램 설치는 물론,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니까요. 저학년일수록 지도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가정통신문이 정말 많이 나갔어요. 3, 4월에는 하루에 5개 이상도 나간 적이 있죠.
김건구
게다가 당시에는 지금 상황에 대해 묻는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저도 뉴스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때라 답변하기가 좀 어려웠어요.
오은숙
급식도 굉장히 큰 문제이지 않았나요? 긴급 돌봄을 신청한 학생들에게는 급식이 제공됐지만, 그 외의 학생들은 제공 받기가 조금 어려웠죠. 맞벌이 부부의 자녀와 같이 급식이 필요한 학생들도 있는데 말이에요.
최형규
아, 맞아요. 현행 학교 급식법에 따르면, 정기적인 교육 활동을 할 때 급식을 지급한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하지만 온라인 교육은 정기적인 교육이 아니기에 급식 지급이 안 됐죠. 학교 급식은 준비할 것이 정말 많은데 전교생 중 30~40명의 일부 학생을 위해 모든 과정을 거쳐야 하니 좀 어려운 부분이 있긴 있었어요.
│온라인 교육의 흑과 백
2학기는 본격적으로 원격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나마 안정된 시기였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온라인 교육에 대한 장단점은 분명히 존재할 텐데요.
교사로서 느끼는 온라인 교육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김건구
온라인 수업은 여러 사람에게 공개가 된다고 생각하니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농담 없이 수업 내용만 전달하게 되니 딱딱한 분위기일 수밖에요. 그러니까 아이들도 재미없어 하더라고요.(웃음)
장민호
맞아요. 이전에도 학부모 공개 수업을 부담스러워하는 교사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온라인 수업은 공개 수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가끔 옆에서 학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수업 듣고 있는 것이 보이면 부담스러울 때가 있긴 해요.
오은숙
동감합니다. 고학년인 경우에는 영상에 자기 얼굴 또는 집이 노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도 보이고요. 또 아무래도 온라인으로는 학생들의 상태를 파악하기가 어려워 학부모에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요. 연락 횟수가 증가하며 교사와 학부모의 피로도가 훨씬 높아진 건 사실이에요.
최형규
학생들도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게 힘들겠지만, 교사 입장에서도 오프라인 수업보다 온라인 수업 준비가 더 어려워요. 단방향 수업은 쌍방향 수업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준비해야 하죠. 수업 시간을 온전히 교사가 이끌어 나가기 때문에 준비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특히 음악 같은 경우는 온라인 수업을 하기에 참 힘들어요. 새로운 노래를 가르쳐 주려면 영상에서 바로 틀어 줘야 하는데, 이게 저작권 문제가 걸리더라고요. 저작권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링크를 걸어 두긴 하는데, 문제는 아이들이 링크에 접속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장민호
그나마 미술은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이 가능했어요. 제가 먼저 화면에 그림을 그리면 아이들이 따라하는 식이었죠. 체육도 집에서 혼자 쉽게 할 수 있는 동작이나 게임으로 진행했고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사회에서 자주 거론되는 온라인 수업의 폐해는 교육 수준의 격차인데요.
현장에서는 어느 정도 체감하시나요?
최형규
온라인 수업은 오프라인보다 학습에 대한 자율성이 크다 보니, 단순히 시간만 때우면 된다는 아이들도 더러 있습니다. 그리고 사교육을 하는 아이와 하지 않는 아이의 격차도 점점 커지고 있고요.
장민호
상황은 안타깝지만 학부모의 관심도가 학습 수준을 좌우하는 건 무시할 수 없어요. 코로나19 이전부터 자녀 학업에 무관심한 학부모가 있었을 텐데, 온라인 교육이 시작되니 그게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게 크죠.
오은숙
맞아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초등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 증명된 것 같기도 해요.
최형규
물론이죠. 학습도 학습이지만 아이들의 전인교육도 걱정이 됩니다. 온라인 교육으로는 학생의 특성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기가 힘들거든요.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되다 보니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어떤 부분을 발달을 시켜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어렵죠. 주로 쉬는 시간에 무슨 활동을 하는지 보며 아이들의 성향과 성격을 파악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그럴 수 없으니까요.
장민호
맞습니다. 대신 온라인 교육 덕분에 학교 폭력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어요. 각자 집에서 수업하니 서로 장난을 치거나 괴롭힐 수가 없으니까요.
오은숙
그리고 아이들도 학교에 대한 애정과 친구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기도 하고요. 학교에 자주 오지 못하니 친구가 그리운 거예요. 또 매일 다른 반찬이 다양하게 나오는 급식도 먹고 싶어 하더라고요.(웃음)
│포스트 코로나, 초등 교육의 미래는?
어떻게 보면 코로나19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크게 앞당겼다고 할 수 있는데요.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시나요?
최형규
온라인 수업의 장점은 분명히 존재해요. 같은 내용을 교실에서 수업했다면 집중도가 떨어졌을 텐데, 다양한 효과를 입힌 영상으로 전달하니 끝까지 집중하는 경우가 있어요. 전달하는 매체가 바뀌니까 수업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해요. 예를 들어, 무언가를 조사해야 하는 수업을 오프라인에서는 숙제로 내주었다면, 온라인에서는 곧바로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라고 하죠. 시간이 훨씬 단축될 뿐만 아니라 학생은 물론, 교사의 인식이 확장되는 거예요. 덕분에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고 더욱 폭넓은 분야와 매체를 다뤄 확장해 나가는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어요.
오은숙
무척 공감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저는 온라인 교육에 대한 것을 아예 모르고 은퇴했을지도 몰라요.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면서 교사들과 업무적으로 교류를 정말 많이 했어요. 동료애가 진하게 느껴졌죠. 아마 올해 초기에는 대부분의 교사들이 온라인 수업을 힘들어 했을 거예요. 저도 처음에는 기계를 다루는 것조차 생소했는데 지금은 나만의 노하우가 생길 정도로 많이 변화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스스로 자극이 되어 교육자로서 전환점을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민호
적극 공감합니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교사이기 이전에 디지털 시대와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간다는 점에서 스스로 뿌듯하기도 했어요. 오프라인 활동의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우리 반은 토의는 물론, 회장 선거도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지속되면서 이제 원격 수업과 등교 수업이 병행되는 이른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체제로 학교가 운영될 텐데요.
블렌디드 수업에 대한 의견과 앞으로 바라는 이상적인 학교 운영에 대해 마무리 발언 부탁드립니다.
오은숙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등교를 했으면 좋겠어요.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등교 일자를 정했으면 하는 거죠. 제가 바라는 건 결국 오프라인 수업, 그러니까 학교 교실에서 수업하는 거예요.
김건구
코로나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상황을 장기적으로 보고 큰 틀이 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수업 비율과 등교 횟수 등 구체적인 사안이 정해졌으면 하는 거죠. 이제 겪어야 할 혼란은 모두 겪었으니 이제부터 현장 상황에 맞는 올바르고 효과적인 기준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오은숙
맞아요. 그 기준이 전국적으로 통일되었으면 해요. 코로나19 감염 정도에 따라 지역 구분을 해야 하긴 하지만, 시도별로 적용하는 기준이 다르니 교사들이 혼란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장민호
초등학교 내에서도 학년을 구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공동 책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공교육이 학생들에게 많은 부분을 기여하고 있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봅니다.
최형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현장에 귀 기울인 정책이 발표되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상황에 따라 계속 뒤바뀌는 공문에 교사들의 피로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교육 체계의 변화는 시작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꾸준히 해 나가야 된다고 봅니다. 다른 직군이나 사교육 쪽에 좋은 모델이 있다면 공교육에도 적용해 보는 거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교사들의 연대라고 생각해요. 더 나은 교육을 위해 함께 의지하고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