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자기가 가진 것을 남에게 건네주는 직업 중 하나다. 인성교육 초등 교사 모임인 ‘도담도담’의 회원들은 내가 가진 것을 제자에게 뿐만 아니라 동료 교사들에게도 아낌없이 나눈다. 그 과정에서 배움은 물론 서로 간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차곡차곡 쌓인다. 아이들의 인성 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도담도담 선생님들을 만났다.
T talk 만나서 반갑습니다. 도담도담이 어떤 모임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허동현(이하 동현) 도담도담은 2015년 7월에 처음 모임을 가졌어요. 원래 호중 쌤이랑 친했는데요.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도 우리만의 교사 모임을 만들면 어떻겠느냐 하는 말이 나왔어요.
진성인(이하 성인) 기존의 교사 문화를 좀 바꿔 보자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내가 가진 것이 아주 작고 사소하더라도 서로 나누고 성장해 가자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모임할 때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이곳은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서로가 가진 걸 함께 나누는 자리라고요.
정호중(이하 호중) 맞아요. 모임을 함께 하는 분들이 결코 실력이 없어서 오시는 게 아니거든요. 배움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뜨거워요. 그 온기를 서로 나누는 거죠. 주로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오후 2시에서 6시까지 활동 시간을 갖는데, 소중한 주말을 할애해야 하는 것이니 웬만한 의지가 없으면 안 되죠. 초창기에는 회원 수가 15명 정도였어요. 그러다 입소문이 나서 많은 분이 함께하고 싶어했죠. 하지만 그만큼 가입만 하고 활동하지 않는 유령 회원도 많았어요.
동현 지금은 회원 수를 40명 정도로 한정하고 있어요. 보통 우리는 학교 교실에서 모여 활동하는데, 장소가 한정돼 있다 보니 인원도 한정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회원 모집은 1월과 7월에 하고요. 양식에 따라 제출한 지원서를 보고 서로 의논합니다.
호중 모임 확장이 목적이 아니라서 회원 모집에 신중한 편이기는 해요. 자기 것을 함께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 분들을 모시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동현 맞아요. 도담도담은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양’을 뜻하는데, 우리 모임도 그 의미처럼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요.
T talk 모임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변혜원(이하 혜원) 일단 리더 분이 같이 읽었으면 하는 책을 한 달에 한 권씩 선정해요.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 어려웠지만, 모여서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리더가 무슨 활동을 할 것인지도 정해야 해요. 독서 모임이자 공부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성인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는 리더에 따라 준비해 온 것이 다르기 때문에 1년 동안 진짜 다양한 활동을 해요. 예를 들면, 혜원 쌤은 학부모 상담, 저는 비폭력대화 등 각자 자신 있는 분야나 주제에 대해 준비해 오는 거예요. 주로 인성과 관련된 교육을 하는 편이죠.
동현 교실 활동과 마음 나누기 활동은 꼭 해요. 교실 활동은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업을 미리 경험해 보는 거고, 마음 나누기는 학교에서 겪었던 일이나 경험을 공유하는 거예요. 선생님들은 의외로 하소연할 곳이 없기 때문에 우리끼리만큼은 서로 의지하고 위로해 주자는 마음에서….
T talk 인성 교육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성인 최근에는 인성이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지 않거든요. 요즘 아이들은 게임할 때 “쟤 인성 봐라.” “인성질 하네.” 하며 낮은 품격의 행동을 두고 인성을 논해요. 인성 교육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인성 교육이라고 하면 잘못된 인성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인성 교육은 행동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더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나침반이나 북극성처럼요.
혜원 저는 인성이 나, 너, 우리에 대한 시각이나 태도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존중하고, 너를 존중하고 우리를 배려하는 마음이 모여서 서로 힘을 합친다는 관점을 심어 주는 것이 인성 교육이고요. 교육을 통해 이러한 인식과 태도가 나에게 내면화되도록, 즉 자연스럽게 체화되고 습관화 되도록 돕는 것이 인성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호중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삶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인성 교육이죠. 책에서는 그냥 제시만 했다면 도담도담 선생님들은 여러 활동과 체험을 통해 인성 교육을 시키려고 노력합니다.
T talk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르치나요?
성인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있어요. 기자님이 동현 쌤하고 가위 바위 보를 해 보세요. 이긴 사람은 주먹을 꽉 쥐고, 진 사람은 그 사람의 주먹을 5초 안에 펴는 게임이에요. 자! 5, 4, 3, 2, 1! 땡!
T talk 힘으로는 안 되는데요.
성인 힌트는 어떤 방법을 써도 괜찮다는 거예요.
T talk (편 손을 보여주며) 저를 따라해 보시겠어요?
성인 오, 좋은 방법이에요! 처음에는 대부분 힘으로 하려고 해요. 그럼 주먹을 쥔 사람은 더 힘을 주죠. “나를 위해 손을 펴 줄 수 있어?” 하고 부탁할 수도 있겠죠? 결국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경우 상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대화를 나눠 보라는 게 핵심이에요. 어린이들은 아무리 글과 말로 설명해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몸으로 체험하고 일상생활에 적용시켜야 스스로 체득할 수 있죠.
혜원 저는 ‘행감바’로 말하기 활동을 적극 추천해요. 서로 다퉜을 때, 화해하고 사과하는 방법을 매뉴얼화 한 거예요. 상대의 행동, 나의 감정, 앞으로 바라는 것을 침착하게 대화로 나누는 거죠. 예를 들면, “네가 필통을 떨어뜨려서(행동) 기분이 나빴어.
(감정) 앞으로는 조심했으면 좋겠어(바라는 것).” 하고요. 가끔 학부모에게 집에서도 아이가 ‘행감바’로 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뿌듯했답니다.
T talk 나에게 도담도담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혜원 도담도담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워요. 그래서 저에게 도담도담은 마시면 마실수록 내 스스로가 젊어지고 유능해지는 마법 샘물 같은 존재예요.
성인 저는 진정한 길벗이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나는 부족하지만 내가 가야 하는,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같이 걷는 길벗 때문에 힘을 얻고 더 긍정적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호중 도담도담은 제게 삶의 전환점과도 같죠. 도담도담 덕분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나 스스로도 많이 달라지는 것을 느껴요.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저 역시 좋은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동현 저에게 도담도담은 힘들면 마음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쉼터예요. 작고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서로 도와주려고 하는 마음이 보여서 정말 고마워요. 저는 원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 한 모임에 정착을 잘 안 하는데, 도담도담은 평생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