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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talk] 열정과 냉정 사이

다시 시작된 분투에 진정한 응원을

 

 어느새 3월이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쓰나미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가장 변하지 않을 것 같던 학교가 사회적 변화를 고스란히 겪었다. 해를 넘겼는데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그렇게 또다시 3월이 다가왔다.

 이보경(경기 오마초 수석교사, 저서 <코로나 시대 교사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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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코로나19, 그리고 다시 찾아온 3월


 2020년 3월, 교육과정을 계속 수정하면서도 ‘사스나 메르스처럼 곧 잠잠해지겠지’ 생각하며 코로나19 상황을 ‘거부’했었다.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사라진 학교에서 긴급 돌봄 학생 들을 순번으로 가르치며 아이들과 함께할 날을 기다렸다. 하지 만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은 온라인 개학을 시작하겠다는 교육부의 일방적인 발표 속에서 ‘두려움과 당황의 시기’를 가져 왔다. 교사들은 어떻게든 구축해야 하는 온라인 수업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온라인 툴을 활용해 수업을 만들어 갔다. ‘가공과 제작’의 시기가 시작된 것이 다. 그렇게 우리는 온라인 학습과 오프라인 학습을 넘나드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1학기 말이 되자, 성장해 가는 교사의 온라인 수업 역량과 달리 아이들의 학습 격차는 점점 커 가고, 게임과 유튜브에 빠져 온 라인 학습 참여를 하지 않는 무기력한 아이들이 늘어 갔다. 제작과 가공에 매달리던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학습 참여율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문자와 전화로 아이들의 학습을 독려하였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할지, 배움의 확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루해하는 온라인 학습 속에서 상호작용의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등 온라인 속에서의 수업다운 수업의 실현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3월이 왔다. 혼란스러웠던 1~3단계는 건너뛰고, 아마도 진화 4, 5단계쯤에 이른 것 같다. 여전히 좀 더 효과적인 온라인 툴로 수업을 제작하거나 평가하는 것에 고민하는 선생님도 있고, 몇 발짝 더 나아가 온라인 공간 속에서도 아이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의미 있고 재미있는 토론 수업, 협동 학습, 프로젝트 수업을 구현하는 선생님도 있다. 대한민국 교사는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아이들의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을 하고 싶다는 열망에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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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down’ 에서 ‘Bottom up’으로


 지난해 12월 말, 교육부와 시에서 나와야 하는 교육과정이 나오지 않았다. 간단한 지침과 더불어 내려온 지시는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라는 당황스러운 내용이었다. 교육부에서 교육과정 개정이 한창 진행 중에 있고, 그 속에는 원격 교육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는 소문이 돈다. 그러나 구체적인 국가 교육과정 개정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4월 16일 초등 온라인 학습이 시작된 전후로, 온라인 수업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도, 교육 콘텐츠를 만들거나 재구성하는 것도, 심지어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피드백 방법마저도 교사가 알아서 했다. 아무 것도 없는 광야에 놓인 느낌은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교육 행정 기관 입장에서는 예전처럼 하나로 통일할 수 없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통일은 현재의 다양한 학교 상황에 오히려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결국, 코로나19는 2021년에도 여전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고, 구체적 지침이 없는 교육부에 대한 믿음보다는 지난 1년 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새롭게 ‘블렌디드 러닝 학습’을 이어 갈 것이다. 

 

 이제 법정 수업 시수를 지키며 아이들의 배움을 이어 가기 위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교육을 체계적으로 해야 할 시기가 왔다. 지난 한 해는 쪽대본을 쓰듯 수업을 이어 갔다. 교육과정은 코로나로 인한 등교 인원이 달라지면서 춤을 추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학습이 맥락적으로 연결되는 블렌디드 러닝 학습이 제기되고 다양한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연수와 자료들이 교육청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이 자료들은 자료일 뿐 우리 학교와 우리 반, 우리 학생들에게 맞게 재구성하는 것은 교사에게 달렸다. 

 앞으로는 쪽대본 대신 온라인과 오프라인 스위치가 자유롭게 이뤄지는 교육 설계를 해야 한다. 교육과정을 전체적으로 스캔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교사로서의 나의 철학도 교육과정에 반영이 된다. 블렌디드 러닝 학습에서 교사는 반드시 전체 교육과정을 살피고 온오프라인 수업의 스위치가 가능한 재구성을 해야 올해와 같은 혼란을 줄일 수 있다. 2021년에는 진화 3단계의 화려한 수업 제작에 시간을 쏟기보다는 좀 서툰 수업 자료를 제작하더라도, 아이들이 제대로 배우고 있는지 살펴보고 효과적인 피드백을 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진화 5단계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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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역할이 더 중요한 온라인 수업


 2020년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요새 학교 나가세요?” 아니면 “아이들 가르치지 않는데 학교에서 뭐 하세요?”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교사들이 하고 있는 일을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학교 교육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교사들의 힘이었다. 학교에서 제공되는 수업 자료들을 나라에서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학부모들도 있을 수 있다. 

온라인 학습이 진행이 되는 초반에 EBS 스타 강사들의 강의가 아이들의 교육을 전담해도 된다는 말이 돌았고, 초등학교도 ‘호랑이 선생님’이 엄청난 인기를 끌며 학교 교사들의 영향력이 폄하되는 시기도 있었다. 더 나아가 미래 교사들은 AI 교사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으로 교사들의 사기를 꺾었다. 그러나 강제적인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게 된 아이들은 EBS 스타강사들의 강의를 플레이시키고 게임을 하는 등 딴짓을 하기 시작했고, 초등 호랑이 선생님에게 아이들은 더 이상 재미있게 집중하지 못했다. 호랑이 선생님을 본 아이들에게 배움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고 할 만큼 아이들의 학력은 처참했다. 

 아울러 2020년 초에 방영한 EBS의 <다시, 학교>에서 소개된 미래 학교인 ‘알트 스쿨’은 최첨단의 기자재와 멋진 미래적 공간, 아이들의 자율적인 학습 보장에도 불구하고 현재 폐교의 수순을 밟고 있음을 소개하고 있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정책, 멋진 공간, 기자재, 수업 자료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실존으로서의 ‘교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설명식 학습이라도 교사가 하는 것과 컴퓨터가 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교사가 가르치는 것은 지식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사 자체가 과거, 현재, 미래를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수업 자료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온라인 학습이라도 교사의 관리와 피드백이 있어야 비로소 아이들의 배움이 일어난다. 2020년 한 해 동안 수석교사로서 내가 깨달은 한 가지는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교사들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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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항해의 시작은 우리, 모두, 함께


 다시 3월이다. 지난 1년 동안 코로나의 물결 속에서 우리는 각자도생으로 나름의 배와 돛, 노를 만들었다. 이 배를 만들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동료들과 함께 많은 상호작용을 했다. 그러다 보니 동학년간 비슷한 배로 항해를 했었다. 하지만 교사들의 학교 이동이 있으면서 이제는 각자 다른 배들이 만나 같은 바다를 항해하게 되었다. 새로 만난 동학년은 배의 크기도 모양도 다르다.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따로 또 같이’의 협업이 필요하게 되었다. 서로 조율을 하는 과정에서 그 기준은 새롭게 맡은 우리 아이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배를 항해하는 과정에서 지난 한 해처럼 외롭게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함께 태우고 가야 한다. 올해 3월은 이렇게 새로운 블렌디드 학습의 배에 우리 아이들을 승선시키기 위한, 서로 간의 약속을 함께 세워 가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온라인 수업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일방이 아닌 ‘함께’가 되어야 한다. 


 할 일이 참 많은 2021학년이 되었다. 교육의 진정한 파수꾼인 우리 선생님들의 열정과 행복한 항해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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