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 박힌 교단 일기를 유쾌하고 말랑하게 풀어낸 최창진 선생님을 만났다.
글 노형연 사진 오경택
글을 쓰니 진짜 내가 보여요
안성 문기초등학교 최창진 선생님은 만나자마자 두툼하게 제본된 책 3권을 내밀었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온라인에 쓴 교단 일기를 묶은 것이다.
“교단 일기를 쓰기 시작한 건 허승환 선생님께서 만든 ‘전국 6학년 선생님 BAND’에 가입하면서부터였어요.”
교단 일기는 보통 시간표 순서 위주로 쓴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시선과 감정을 충분히 담아 교단 일기를 작성했다. 기존 형식과는 달라 다소 파격적이었지만 솔직함이 가득 담긴 글에 전국의 많은 교사가 공감과 응원을 보냈다.
“처음에는 시간표대로 작성했는데 나와 잘 안맞더라고요. 그래서 내 식대로 작성해 봤죠. 학생의 수업과 활동도 중요하지만 정작 교사인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하루를 보내는지 스스로 궁금했거든요.”
이렇게 하루하루 교단 일기를 쓰다 보니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교단 일기는 나와의 소통 창구이자, 나 자신이 어떤 교사인지 알게 해 준 거울과 같아요. 앞으로 교직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이정표가 되기도 하고요.”
지루한 일상? 똑같은 하루는 없어요
최창진 선생님은 학부모와 동료 교사들에게 독특한 선생님으로 알려졌다. 보통 학습 자료나 수업 활동 공유가 대부분인 온라인 공간에 자신이 느끼는 소소한 생각과 느낌을 일기 형식으로 공개하는 교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하니 처음에는 대부분 낯설어 했지만, 곧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셨어요. 같은 교사분들은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반 아이들은 자기 사진과 에피소드가 책으로 나오니 신기해 하고요.”
그가 교단 일기를 쓰면서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교실의 재발견’이다. 직업적으로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으로서, 또 아이들의 교사로서 의미를 찾아가는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시선을 바꾸니 교실 속 일상의 모든 것이 교단 일기의 소재였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보물찾기하는 마음으로 출근합니다. 맞아요, 저는 교단 일기 쓰러 학교에 가요.(웃음)”
최창진 선생님은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스스로가 먼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일까.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천한 다음, 기록을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이에 따라 스스로 성장함을 느꼈다.
“저는 교단 일기를 쓴 이후로 ‘정확한 기억보다 희미한 기록이 강하다’ 그리고 ‘경험은 나눌 때 배가 된다’라는 말을 여실히 느껴요. 스스로 어떤 교사인지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 교단 일기 작성을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