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보다 학교 교육 정상화에 초점
지난여름, 유럽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4차 확산에 대한 우려가 퍼지는 가운데 스웨덴 역시 델타 변이가 우세종으로 지역 곳곳에 퍼졌다. 그런데도 지난 7월 1일부터는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 권고 조치를 해제한 상태다. 현재는 방역 지침이 단계적으로 완화되고 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기본적인 지침만 꾸준히 강조되는 상황이다.
16세 미만 학생들에 대한 백신 접종 여부가 교육계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르지만, 교사 신문 등 교육 관련 신문의 1면은 사립 학교 개혁, 국가 학습 능력 시험 정상화, 성적 채점, 학업 성취도 등 학교 기능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부쩍 눈에 띈다.
코로나19 감염 초기, 어린이는 주요 전파자에서 제외돼
지난해 개학을 앞두고 안도하는 마음으로 학기를 시작했다. 당시 공중보건청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코로나19의 주요 전파자가 아니며, 학교 교원들의 발병률이 다른 직종과 차이가 없다는 점을 내내 강조했기 때문이다. 2020년 가을 학기부터는 고등학교의 비대면 수업 권고도 없어진 상황이었다. 교사는 학생들을 늘 가까이서 대면하는 직업이다 보니 실질적인 학교 방역의 취약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장·단기적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하면 학교의 안전망과 사회적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였다.
초·중학교에서 확진자 비율 가장 높아
하지만 1차 유행 때 학교 현장에서 엄격한 방역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을 본 상황에서 학교 방역 체계에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개학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점점 증가하기 시작했다. 몇백 명씩 증가했던 확진자 수는 가을 학기가 한창이던 10월 중순쯤에 1천 명대까지 늘어났다. 그리고 겨울 방학이 시작된 12월 중순에는 하루에 1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생기기도 하였다.
상황이 이렇자 이전에는 가족 구성원 가운데 확진자가 있는 경우에도 16세 미만의 학생이라면 등교할 수 있었지만, 12월 초부터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가 격리를 하도록 규칙이 바뀌었다. 만 15세에서 19세 사이의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자 12월 초에는 전국의 고등학교가 비대면 수업으로 급히 전환되기도 하였다. 코로나19 2차 유행이 한창이었던 12월, 당시 스웨덴 공중 보건청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온 장소별로 통계를 내어 발표했다. 아니나 다를까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확진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후 공중보건청에서는 확진자가 어디서 감염되었는지 정확히 추적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러한 통계 자체를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하여 정보 수집을 중단하기도 하였다.
마스크 없는 스웨덴의 학교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스웨덴의 학교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어른도 올바르게 사용하기 힘든 마스크를 아이들에게 종일 착용하라고 하는 것은 효율성이나 지속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대신 거리두기, 손 씻기(손을 씻을 수 없는 경우 손소독제 사용), 코로나19 증상이 있을 경우 자가 격리하기, 학부모 학교 건물 내부 출입 금지 등의 수칙을 따랐다. 하지만 학교라는 환경에서 이러한 지침들을 지속해서 지키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랐다. 당시에는 학교 밖의 세상과 학교 안의 세상이 두 개로 분리된 듯했다. 학교 내에서는 대부분의 활동이 평소와 다름없었다. 대신, 손을 평소보다 더 자주 씻어서 겨울철 유행병들이 크게 줄어들었고 코로나19 감염으로 결석했던 아이들도 어느새 건강한 모습으로 등교했다.
방역의 안전과 일상의 자유 사이
나는 재외국민으로 15년 동안 스웨덴에 살면서 한국과 스웨덴의 차이를 이렇게 실감한 적이 없다. 두 나라 간의 방역 체계가 너무나 달라서 혼란스러웠다. 혼란이 더할수록 마음 한구석에서는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감사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었다. 팬데믹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학생들이 평소대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올해 봄 스웨덴 교원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초등학교, 중학교 교사의 4분의 1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고, 그중 반 이상
이 직장에서 감염되었다고 답변했다. 설문 조사에 응한 교사 10명 중 8명은 직장에서 감염될까봐 두려웠다고 대답하였다. 이는 철저한 감염 예방 체제와 관리 체제가 미비한 상황에서도 지속되어 온 스웨덴의 코로나19 학교 방역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기저 질환이 있던 교사가 코로나19로 사망하거나 심한 후유증으로 직종까지 바꾸게 된 사연, 장기 병가로 경제적 고통을 받는 안타까운 사연 등을 이곳에서도 종종 듣는다. 나 역시도 코로나19 장기 후유
증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백신 예방 접종이 잘 마무리될 때까지 철저한 감염 예방과 관리 체제를 잘 유지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엄격한 예방 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큰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이 갈 길
스웨덴 공중보건청에 따르면 이번 가을 학기부터는 고등학교도 대면 수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학교(Grundskola, 1~9학년으로 이뤄진 스웨덴의 초등학교 과정과 중학교 과정)는 그동안 비교적 정상적인 수업 활동을 해 왔으므로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지역이나 학교 내 전파 현황에 따라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교장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다.
현재 스웨덴 공중보건청과 교육청은 교육 정상화를 위한 작업을 단계적으로 차분히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 치료제 연구가 진
행중이고 백신도 개발되어서 코로나 시대의 교육 현장은 조금씩 변화하며 제 길을 갈 것이다. 하지만 팬데믹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학교 교육에 중요한 이정표로 남아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