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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talk] 같이의 가치

책이랑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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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교실’이란 이름으로 매주 모여 어린이책을 읽으며 ‘온작품읽기’를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이야기 여행이 배움을 넘어 가슴 벅찬 감동과 서로에 대한 이해, 남모를 아픔에 대한 다독임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은 오늘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 교사로서 아이들의 인생 책에 더 아름다운 이야기가 쓰이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서 말이다.


강미숙 사진 남궁신, 박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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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나은 교실을 위해
   책 읽는 선생님들

 

 

T talk ‘책과 노니는 교실’과 모인 선생님들 소개 부탁드려요.


전혜원(이하 혜원) 책과 노니는 교실은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매주 모여 책을 읽으며, 온작품읽기를 공부하는 모임입니다.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아래에 있는 작은 모임으로 수원 지역을 중심으로 근무하는 스물세 명의 선생님이 함께하고 있어요. 저는 올해 회장을 맡았고요.

 

이유진(이하 유진) 모임 이름은 <책과 노니는 집>이란 책에서 따왔어요. 어린이들과 교실에서 책을 즐기고 싶은 바람을 담아 지었지요. 일찍부터 어린이책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 지역에 발령 받으면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전임 회장으로 2년간 활동했어요.


이주연(이하 주연) 친한 선생님께서 온작품읽기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인상이 깊었어요. 또 그분이 매번 좋은 어린이책을 갖고 오시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도대체 어떤 모임일까 궁금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이제 활동 3년 차고요, 늦게 합류한 만큼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나윤주(이하 윤주) 모임에 합류한 지 4년 정도 됐어요. 우연히 이유진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매료됐어요.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 바로 가입했어요. 올해는 분과와 소모임에 즐겁게 참여 중이에요


T talk 소모임과 분과 이야기를 하셨는데, 모임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유진 매주 화요일 퇴근 후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모여요. 처음에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소소한 일상을 나누죠. 사소해 보여도 서로의 삶을 나누면 돈독해져요. 그런 다음 한 명씩 돌아가며 그림책을 소개하고,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죠. 동화와 동시집을 소리 내 읽기도 해요. 그럼 혼자 읽을 땐 못 보던 것들이 보이기도 해요 .

 

혜원 매년 초 함께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운영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만남이 제약이 있어서 4개의 분과로 나눠서 모여요. 매달 1회는 줌으로 ‘모두 모임’을 하고요. 성인 책을 읽는 ‘달팽이책방’과 가볍게 책을 읽는 ‘사부작사부작’과 같은 소모임은 누구라도 주제가 있으면 만들 수 있어요. 지난해부터는 저희가 공부한 것을 여러 선생님과 나누는 네이버 블로그도 개설했어요.

 

T talk 온작품읽기로 아이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나요?


혜원 어린이에게 ‘이야기’라는 문화를 알려 주고 싶어요. 국어 시간은 물론, 자투리 시간에도 틈틈이 책을 읽어 주죠. 그림책, 동시, 단편 동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책을 읽어요. 책 이야기가 아이들 사이에 대화의 물꼬를 틀 때가 많아요.
우리 반만의 공감대가 형성되죠. 반 아이들과 같이 외운 동시가 있는데 누가 한 번 외기 시작하면 반 전체가 따라 외워요. 그럴 때 왠지 뭉클해요 .


유진 공감과 존중은 말로 가르치기 힘든 가치예요. 그런데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과 내 생각이 다르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더라고요. 내 생각과 같으면 공감하고, 달라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거죠. 저 역시 어린이책을 읽으면서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


윤주 궁극적으로 책과 아이들의 삶을 연결 짓게 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질문’을 해야 해요. 교과서에 나오는 단답형 질문이 아니라,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백이 있는 질문은 무엇일까를 항상 고민해요.


T talk 모임에서 나눈 것을 교실에서 적용했을 때 일어난 변화가 있다면요?


윤주 얼마 전 <나는 3학년 2반 7번 애벌레>를 읽고 ‘내 인생에서 가장 아찔한 순간’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어요. 아이들은 봇물 터진 듯 자신의 경험담을 내놓았죠. 그러면서도 다른 친구의 말을 경청하더라고요. 그날 우리는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공감했어요. ‘더 나은 교실’은 이런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아닐까요?


혜원 모임에서 <5번 레인>이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데 스무 명의 선생님이 고민하는 지점이 다 달랐어요. 제가 못 보던 19개의 생각이 내안에 쌓이니 사고의 깊이가 깊어지더군요. 혼자 읽으면 한 가지 질문만 던졌을 텐데, 함께 모이면 스무 가지 질문이 돼요. 이 모습은 온작품읽기를 하는 교실에서도 그대로 펼쳐져요. 서른 명의
어린이들과는 더 다양한 것을 나눌 수 있답니다.

 

T talk 온작품읽기를 하면서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나요?

 

주연 교직 경력이 얼마 안 되었을 때 1학년 담임을 맡았어요. 어린이들의 언어도 모르고, 마음도 몰라 막막했어요. 그러다 <꼬마 너구리 요요>란 책을 읽으며 비로소 아이들의 세상에 눈을 떴어요. 그 뒤로 아이들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너무 사랑스러웠죠. 교사로서 큰 깨달음을 얻은 계기가 됐어요.


혜원 <만복이네 떡집>에서 주인공 ‘만복이’는 속마음과는 다르게 입만 열만 나쁜 말을 하는 아이로 나와요. 교실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아이죠. 이 책을 온작품으로 읽었는데 묘하게 반 아이 중 하나가 ‘만복이’와 겹치더라고요. 그러면서 ‘아, 우리 반 만복이도 마음은 더 잘하고 싶었던거야’라고 진심으로 이해하게 됐어요. 재밌는 건 뭔 줄 아세요? 말하지 않았을 뿐 반 아이들도 그걸 느꼈고, 우리 반 만복이 역시 자기 이야기인 걸 의식하더라고요. 책 한 권이지만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우리 반이 하나가 되었다는 게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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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talk 온작품읽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점은 무엇인가요?


유진 수업안에 얽매이면 온작품읽기에 대한 첫 마음을 잊어버리기도 해요. 좋은 책을 즐겁게 읽고 어린이들과 삶을 나누려 했던 것을요. 때로는 그냥 읽어 주기만 해도 충분할 때가 있어요. 수업안대로 못 해도 되니 ‘충분히 잘 들어 주자’라는 맘을 가져 보세요. 다 읽고 나서 “얘들아, 어땠어?”라고 물으면 아이들이 다 이야기해 줄 거예요.


T talk 온작품읽기 수업을 잘 할 수 있는 나만의 노하우를 살짝 공개해 주세요.


주연 선생님이 좋아하는 책을 고르세요. 그래야 끝까지 함께할 힘이 나요. 여러 책을 읽다 보면 분명 반하게 되는 책을 발견할 거예요. 선생님이 즐거워야 듣는 아이들도 즐겁거든요.


윤주 활동지와 자료보다 좋은 건 먼저 아이들이 돼 보는 경험이에요. 같은 학년 선생님과 모여 아이들처럼 책을 읽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활동이나 질문을 해 보세요. 그 과정에서 내가 느낀 것과 경험이 수업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혜원 국어 수업에서 교과서 내용을 다 하면서 온작품읽기를 하면 시간이 부족할 수 있어요. 교과서 속 글을 건너뛰거나 교과서 외 동시, 그림책, 동화 등을 교과서 글 대신 읽고 수업을 하는 건 어떨까요? 그런 시간이 쌓여 자연스럽게 다양한 온작품읽기 수업이 됩니다.

 

유진 교사가 먼저 어린이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동화, 동시, 어린이 논픽션 등을 교사가 다양하게 알고 있으면 “이 책을 읽으면 이런 공부를 하는데 도움이 될 거야” 등 상황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어요. 그럼 더 풍성한 수업이 됩니다. 더 풍성한 ‘학급살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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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talk 온라인 수업에서 온작품읽기를 잘하는 노하우도 있나요?


혜원 고학년은 동시를 낭독하면 감정 없이 ‘국어책 읽듯’ 낭독해요. 그런데 줌 화면에 동시를 띄워 놓고 다 같이 낭송해 보니 아이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또랑또랑 너무 잘 들리더라고요. 옆에 아무도 없으니 감성을 살려서 읽게 되는 뜻밖의 효과가 있어서 놀랐어요. 음소거 기능만 잘 활용하면 동시의 메시지를 아이들이 더 잘 느끼게 할 수 있어요.


윤주 ‘네이버 밴드’와 같은 플랫폼의 댓글 기능을 활용해 보세요. 평소 목소리가 작은 아이의 이야기까지 귀 기울일 수 있어요. 책을 다 읽고 마지막에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댓글로 남기게 하는 거죠. 그러면 평소 주목받지 못하던 아이나, 말보다 글이 편한 아이의 의견까지 다 들을 수 있어요. 이 의견들은 갈무리해서 다음 날 수업에서 나누어요. 올해는 서로의 의견에 호응하고 칭찬하는 것까지 해 봤어요. 소외된 아이 없이 수업을 할 수 있죠.


유진 책을 대신 읽어 주는 동영상이 많아요. 하지만 담임 선생님 목소리만큼 좋은 것은 없답니다. 선생님 목소리로 녹음한 것을 들으면 교실에서 집중 안 됐던 부분은 두세 번 들어 볼 수도 있어요. 이런 것도 해 보니 좋더라고요.

 

T talk  앞으로 활동 목표나 이루고 싶은 일들이 있나요?


주연 지금처럼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제가 출산 등으로 잠시 자리를 비우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이 모임이 계속 유지되길 바라요.


윤주 우리 모임의 바람은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도 어린이책을 읽는 문화가 퍼지면 좋겠다는 거예요. 혼자 하는 건 힘들거든요.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면 덜 외롭지 않을까요?


유진 모임이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또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독자로서, 초심을 잃지 않고 어린이들과 잘 지내는 교사이고 싶어요.


T talk ‘책과 노니는 교실’과 함께하는 방법이 궁금해요.


혜원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소속으로 수원 인근 지역의 선생님들이라면 누구든 같이 하실 수 있어요. 매주 모여 온작품읽기를 통해 더 나은 교실을 만들고 싶은 선생님이면 적극 환영해요. 소박하지만 꾸준히 배운 걸 주변과 학교에 나눌 마음으로 참여하셨으면 좋겠어요. 거리가 멀어 함께하시지 못한다면 ‘책과 노니는 교실’ 블로그 (blog.naver.com/classwithbooks)에 오면 저희가 공부한 자료를 볼 수 있어요. 또 모임에서 공부하면서 낸 책 <다시, 온작품읽기>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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