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때로는 가슴이 저릿해질 때도 있고, 때로는 감동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하기도 하지요. 제가 감명 깊게 읽은 <꿈의 학교 론 클라크 아카데미>라는 책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수백 개의 선물 상자를 미리 가져다주는 일과 같다. 내가 더 이상 곁에 없어도 오랫동안 아이들은 계속해서 선물 상자를 풀어 볼 것이고 결국 우리가 선사한 영향을 깨닫게 될 것이다. 가끔 불손하게 굴며 우리 마음에 상처를 입힐지라도, 상상 이상의 나쁜 말을 건넬지라도 우리 가슴 깊은 곳의 목표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아이들의 진심 속에는 우리를 향한 사랑과 감사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 글은 수업에, 생활 교육에, 각종 상담과 민원에 시달리며 교사로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때마다 제 마음을 다잡아 주곤 합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학생들도 책을 읽으며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이런 호기심으로 시작한 활동이 바로 ‘패들렛 오디오 북 만들기’입니다.
오디오 북에 활용한 패들렛 템플릿은 ‘타임라인’입니다. 순서대로 학생들의 오디오 북을 게시하고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템플릿입니다. 제목에는 ‘우리 반 오디오 북’이라고 쓰면 되고, 설명에는 ‘인상 깊은 책 문장을 녹음해 봅시다’ 정도로 남기면 됩니다. ‘댓글’은 비활성화하였고, 반응(‘좋아요’)만 켜두었습니다. 패들렛 설정은 학급 상황에 맞게 조정하면 됩니다.
학생들에게 앞에 적은 제 경험을 들려주며 오디오 북 활동을 안내했습니다.
“여러분도 책을 읽으며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거나 몸에 소름이 돋은 적이 있나요?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을골라 소개해 봅시다.” 그 후, 학생들은 각자 집과 학교를 오가며 읽은 책 중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골라 차곡차곡 패들렛에 기록했습니다. 기록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기억에 남는 책 속 문장을 고릅니다.
② 패들렛의 ‘오디오 레코더’ 기능을 켜고, 인상 깊은 문장을 또박또박 읽습니다. ‘오디오 레코더’ 기능은 ‘게시물 올리기(+) 클릭 → ‘…’ 클릭 →
‘오디오 레코더’ 선택 후 ‘녹음’ 순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③ 녹음을 마쳤다면 저장 버튼을 누릅니다.
④ 제목에 이름을 쓴 뒤, 내용에는 왜 이 문장이 인상 깊었는지를 간단하게 기록합니다.
학생들이 녹음해 놓은 오디오 북은 녹음 파일로 패들렛에 남아 있습니다. 재생 버튼을 누르면 언제나 누구든지 오디오 북을 들을 수 있지요. 학생들이 기록한 오디오 북은 제가 미리 듣고 괜찮은 문장들을 골라 아침 열기 시간에 함께 듣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 북에 학생들은 쑥스러워 하기도 했지만 곧 책의 내용에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질문들을 서로 주고받기도 하더군요. 책을 나누는 다양한 방식을 발견한 것 같아 내심 기뻤습니다. 내가 감동한 문장에 다른 사람도 감동할 수 있다는 것! 이 소중한 경험 하나가 책을 더 많이 사랑하고 깊게 탐색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독서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에는 많은 것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학생들이 책에 재미를 느끼느냐’ 하는 것입니다. 의미 있고 뜻깊은 책이라도 학생들이 책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교육을 해도 효과가 없기 때문이지요. 평소에 책을 잘 읽지 않는 친구들조차 책을 열심히 펼치며 재미를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고민을 하는 선생님들께 이 활동을 추천합니다.
템플릿은 ‘셸프(선반)’ 형식을 선택합니다. 제목은 ‘당신의 책을 가져오세요’라고 쓰고, 설명에는 ‘책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정도로 쓰면 됩니다.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위해 ‘댓글’과 반응(‘좋아요’)도 활성화합니다. 패들렛의 설정이 끝났다면 첫 번째 칼럼을 추가합니다. 첫 번째 칼럼에는 ‘당신의 책을 가져오세요’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안내 사항을 간단히 적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개별 활동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상황에 따라 모둠 활동도 가능합니다.
① 학생들이 각자 책을 준비합니다. ‘온책읽기 시간’이라면 같은 책을 준비합니다. 이때, 반드시 글밥이 어느 정도 되는 책을 준비합니다.
② 서로 다른 책을 가져온 경우, ‘이미지 검색’ 기능을 활용해 각자 선택한 책의 표지를 두 번째 칼럼에 올립니다. 서로 어떤 책을 골랐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③ 1라운드는 선생님이 출제자가 되어 주제(질문)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칼럼 하나를 추가해서 선택한 주제를 적습니다.
(예: “내 짝꿍을 처음 보았을 때 든 생각은?”)
④ 주어진 시간 동안 학생들은 주제에 어울리는 문장이나 문단을 책에서 찾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한 주제당 3~5분 정도가 적당합니다.
⑤ 어울리는 문장을 찾았다면 패들렛에 올립니다. 이때, 제목에 반드시 자기 이름을 적도록 합니다. 만약 제한 시간 안에 문장을 못 찾았다면 무작위로 아무 문장을
선택해 적도록 합니다. 우연이 가져다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⑥ 제한 시간이 끝나면 서로가 올린 문장을 살펴보고, ‘댓글’과 ‘좋아요’로 반응합니다.
⑦ 선생님은 학생이 올린 문장 중 인상 깊거나 재밌는 문장을 확인하고 왜 이 문장을 골랐는지 인터뷰합니다.
⑧ 가장 많이 ‘좋아요’를 받은 문장 또는 출제자의 마음에 든 문장을 쓴 학생이 1점을 받습니다.
⑨ 이번 라운드에서 1점을 받은 학생이 다음 라운드의 출제자가 되어 주제를 이야기하고, 위 행동을 반복합니다.
이처럼 ‘당신의 책을 가져오세요’는 진행도 쉽고 재미도 있는 아주 간단한 활동입니다. 학생들은 주제에 맞는 문장을 찾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고, 패들렛에 자신이 고른 문장을 올리며 즐거움을 느끼게 되죠. 책 자체가 하나의 놀잇감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특히 패들렛을 활용해 서로의 문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학생들은 더 좋은 문장, 더 재밌는 문장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죠. 다음은 학생들이 찾은 문장들입니다.
학생들의 톡톡 튀는 감성이 느껴지나요? 책에 흥미를 느끼기 위해 대체로 독서 전 활동에 많이 활용하는 편이지만, 같은 책을 함께 읽고 난 뒤에 독서 후 활동으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 활동을 한 번 하고 나면, 책을 대하는 아이들의 눈빛이 조금은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책과 함께 노닐고, 웃고, 떠드는 시간!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학생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