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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talk] 주목! 이 사람

하이브리드 교장 선생님의 열정은 현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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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진심으로, 생각보다 행동으로

한철수 교장 선생님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일찌감치 출근길에 나서 아침 7시30분이면 학교에 도착한다.

“이른 시각이지만 이미 학교 보안관, 조리원, 돌봄 교사 등 많은 교직원 분이 일을 시작하거나 준비하고 계십니다. 아침 돌봄 교실을 찾는 아이들도 일찍 오고요.”

학교가 본격적으로 분주해지기 전, 한철수 교장 선생님은 학교를 둘러보며 미비한 시설은 없는지 개선해야 할 시스템은 없는지 확인한다. 아침에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대화도 많이 나누냐는 물음에 선생님은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제가 말을 걸면 불편해 할 수 있어서요. 때때로 대화도 필요하지만 제 일은 학교 구성원들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한철수 교장 선생님은 코로나19 이후 곧바로 학교 로고를 새긴 개인 텀블러와 손소독 티슈를 제작해 학생들에게 나눠 주었다. 대면 수업 시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하고 목청을 높여야 하는 교사들을 위해 무선 마이크도 구비했다 .

관심 있는 대상에는 자꾸 눈길이 가고 만사를 관찰하게 되는 법. 어린 시절 늘 끼고 읽었던 책이 <식물 도감>, <동물 도감>이었다는 그는 주변을 사려 깊게 들여다보고, 상대가 말하기 전에 챙겨 주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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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폭넓은 수업을 지원하는 현재 진행형의 열정
한철수 교장 선생님은 누구보다 소통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학교 구성원은 물론 교육 관계자들과 줌을 통한 회의와 토론을 시시때때로 주관하고 참여한다. 대면 회의에 비하면 여전히 불편함은 있지만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하이브리드 러닝(Hybrid Learning)이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이제는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필요에 따라서, 두 개의 동력원을 그때그때 선택적으로 취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해요. 선생님들도 새로운 수업 방식과 생활 지도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철수 교장 선생님은 변화의 수용과 배움을 강조한다. 비단 코로나19에 따른 변화 때문만이 아니라 교직원과 학생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또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정년에 가까워지면 초임 교사와는 마흔 살에 가까운 격차가 벌어져요. 또 옛날과 비교해 뛰어난 학생들이 정말 많고요. 그렇기에 나이가 들어도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영어와 컴퓨터 코딩을 배우고 국제적인 견문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침 선생님의 책상 위에는 <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라는 책이 놓여 있었다. 학생들에게 나누어 준 물품들에 프린트된 그림이 바로 이 책에서 강조한 미래의 키워드들을 하트 모양으로 형상화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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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은 교육자인 동시에 경영자

“올해 말까지 전국 초중고 교실에 기가급 와이파이가 구축됩니다. 선진국의 여러 학교를 둘러봐 왔는데 우리나라 교실처럼 대형 텔레비전, 인터넷, 컴퓨터를 기본으로 갖춘 곳이 많지 않아요. 교과서 또한 가독성이나 품질 면에서 최상위권이고요.”

선생님이 교직에 발을 디딘 1982년과 비교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인프라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선생님은 이러한 성장이 뿌듯하기도 하지만 관리직 교원 입장에서는 갖춰진 환경 안에서 어떻게 교육의 내실을 다질 수 있을지, 또 어떻게 예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늘 고민된다고 말한다.

2011년 서울 영문초등학교에서부터 여의도초등학교를 거쳐 지금의 대림초등학교까지 11년째 교장으로 지내는 한철수 교장 선생님은 지난 5월 제36대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교장은 교육자인 동시에 경영자입니다. 한국초등교장협의회 또한 단위 학교의 학교 경영자들 모임이고요. 최근에는 학생에게 개인 방역 물품비를 지원해 달라고 서울시에 제안을 했어요. 학습 준비물비도 지원되는데 코로나19 시대에 보건 물품비도 지원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은 또한 교육부총리, 서울시의회장 등을 만나 학교 구성원 전체의 백신 접종 확대와 전면 등교에 따른 보조 인력 추가 지원, 교원 근무 여건 개선 등을 요청했다. 일련의 활동에 부담감은 없느냐고 묻자 선생님은 겸손하게 웃으며 말한다.

“교장 선생님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제약은 늘 따르는 법이고요. 그러나 법안이나 규정이 학교 교육 활동을 위축시킨다면 먼저 나서야겠지요.”


아이들 위해 방학 중 급식 시행할 예정

한철수 교장 선생님의 책상 위에는 겨울 복장 차림의 소녀 사진이 액자로 세워져 있다. 선생님이 국제구호 NGO 굿네이버스를 통해 8년째 후원하고 있는 몽골의 소녀다.

“한 달에 한 번씩 후원금을 보내는데 큰돈은 아니에요. 그래도 학업을 이어 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아이가 일곱 살쯤이었을 때 후원을 시작했으니까 이제 청소년이 되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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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에 교육 봉사를 갔다가 폐활량이 부족해 풍선 하나도 제힘으로 불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는 교장 선생님은 어린이만은 아프거나 배고프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봉사와 후원 활동을 지속해 왔다.
학교 운영 또한 아동 인권을 우선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원을 실천해 왔다. 미세먼지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 주는 교내 미세먼지 신호등 설치, 일반 학생과 특수 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통합 교육 시행,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위한 방학 중 급식 시행 등 그간 교장 선생님의 주도로 이루어진 사업들은 학교 안팎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
특히 방학 중 급식 시행은 앞으로도 지속해 나가고 싶은 학교 복지 사업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활동과 사업들에 제한이 생기면서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되고 소외 받는 아동들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크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면 아이들과 산에 가고 싶어요. 예전에 수련 활동으로 2박 3일간 6학년은 지리산을, 5학년은 오대산을 등반했어요. 가기 전엔 우려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에게 멋진 추억이 되었죠. 제가 어린 시절, 수학여행으로 처음 도시 야경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오래 남아 있습니다.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되어도 직접 보고 느끼는 체험은 참 중요합니다.”
대면과 비대면, 교육과 경영, 교원과 학생 그 모든 경계와 접점 위에 한철수 교장 선생님이 서 있었다. 교직 생활 39년 차, 이제 정년까지 3년이 채 남지 않은 선생님에게서 오늘에 안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미래를 위한 현재 진행형의 열정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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