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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어떻게 시작할까?

에듀테크 수업의 첫걸음




지금은 감정 교육이 더욱 필요할 때



코로나19 충격 이후로 학교와 교실은 많은 부분이 변했다. 대한민국의 초등학교와 교실이 추구하던 교육의 방향과 가치를 ‘코로나19니까’가 순식간에 바꿔 놓았다. 내가 가진 생각을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며 공동의 목표를 완성해 가는 ‘모둠 활동’은 물론, 친구들과 땀 흘려 가며 몸을 부딪치고 스킨십을 통해 우정과 감정적인 교류를 더해 가는 활동들은 모두 거리두기 원칙 안에서 부정적인 것이 되었다.

전 세계 교육자들도 코로나19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같은 고민을 했다. 내가 속해 있는 MIEE(Microsoft Innovative Educator Expert) 글로벌 교사 그룹에서도 같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학습자와의 감정적 단절과 결손에 대한 보충을 고민하는 사회 정서 학습(SEL,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이 대두되었다.

SEL은 학습자가 자신과 자신의 감정 상태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와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 타인과의 조화를 이루고 결국 이를 통해 책임감 있는 의사 결정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배우는 학습법이다. 정서적인 안정이 우선되고 이것이 학습의 효과로 이어지는 이론이다. 기존 인성 교육과 역량 함양 영역에 있던 이론이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감정적인 단절이 일어나자 끊어진 소통과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 즉, 에듀테크와 SEL이 함께 등장하게 된 것이다.

사회 감정적 결손에서 본다면 초등학생, 특히 저학년의 경우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말로 설명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어떤 학습도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내 감정을 돌아보고 그 정의를 단어로 표현해 낸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나는 에듀테크와 SEL을 바탕으로 코로나19의 충격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도시와 비교되는 농산어촌의 지역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문제 또한 해결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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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가볍게 시작하는 에듀테크


감정 이모티콘으로 내 마음 비추기

아침에 학생들이 등교하면 함께 쓰는 캘린더를 확인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공지해야 할 학교 행사를, 학생들은 모둠 또는 자신이 우리 반에 알려야 할 일정을 기록한다. 에듀테크를 활용하면 교사나 학생 모두 같은 입장이 되어 활동할 때가 많다. 이 캘린더도 전달 받는 입장에서 스스로 입력하고 알려야 하는 관점으로 보면 꽤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캘린더로 일정을 살펴본 뒤에는 ‘마음 비추기 활동’을 한다. 학생 스스로가 자기 마음을 대표할 수 있는 감정 이모티콘을 선택하고, 그 감정에 가까운 단어를 선택하게 한다. 어린 학생들의 경우 자신의 감정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고 이 기분 나쁨, 기분 좋음이 어디서 왔는지 모를 때가 많다. 에듀테크를 통한 감정 상태의 공유는 자칫 놓칠 수 있는 학생의 감정 상태에 귀를 기울이게 해 준다. 평소와 다른 자신의 감정이 어떤 원인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학생도 스스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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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꾸아 드 네프?’


이후 ‘꾸아 드 네프?’라는 활동을 플랫폼 안에서 시작한다. ‘꾸아 드 네프(Qui de Neuf)?’는 ‘뭐 새로운 것 없니?’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꾸아 드 네프에서 학생들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가족, 환경에서 일어난 새로운 일들을 기자처럼 주변 친구들과 공유한다. 여기에 에듀테크만의 장점을 더해 한자리에서 우리 마을 신문과 세계 유명 신문까지 빠르게 볼 수 있다. 세상의 여러 신문을 본 뒤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연결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꾸아 드 네프?’ 활동으로 끊임없이 자신과 세상의 일들을 연결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과 내가 떨어져 있지 않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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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미리 경험하는 미래


학생들이 막연히 그리는 미래를 지금 당장 관련된 기술을 써 보고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교실에 있는 오래된 선풍기를 인공지능 스피커와 IoT 스마트 스위치의 결합을 통해 음성 명령으로 제어하고 사용 전력 등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루틴’은 마치 코딩처럼 하나의 대표 음성에 IoT 기기를 움직이는 동작들이 세트로 실행되는 것을 말한다. 교실에서 ‘좋은 아침이야!’라는 루틴 명령어를 말하면 에어컨이 작동되고, 10분 동안 잔잔한 음악이 나오며, 수업에 필요한 TV 영상을 켜 주는 일련의 동작들이 자동화되어 실행된다. ‘수업 끝!’이라고 말하면 모든 전자 기기를 끄고 정리해 주는 동작들이 자동으로 수행된다.

단순히 동작으로 끝나지 않고 스마트 스위치를 통해 여름 동안 우리는 선풍기에 얼마만큼의 전력을 소비했는지 상세한 데이터를 얻기도 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미래 사회에 대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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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 중심의 활발한 수업


에듀테크 학습은 교사가 중심이 되는 전통적인 수업 방식과 달리 학생에게 주도권을 이양하는 효과가 있다. 줌(Zoom)으로 수업할 때 질문이 있다면 채팅창에 남겨 놓는다. 교사 또는 발표자는 수업의 흐름을 방해받지 않고서 강의의 흐름을 조절하여 답변할 기회를 생각해 두었다가 수업 마지막에 피드백을 줄 수도 있다. 질문을 한 학생의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없는 방법으로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5학년 사회 수업 시간, 학생들은 처음으로 지구에서 자신이 있는 위치를 나타내는 위선과 경선을 배운다. 간단한 원리를 배운 학생들의 호기심은 우리나라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신이 가 보고 싶었던 세계 여러 나라를 누비며 랜드마크를 찾기 시작한다. 이제 학생 개개인의 시간으로 수업이 이뤄지는 것이다. 교사는 학습 시 주의 사항과 과업 완료 시각을 알려 주고, 학생들이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하면 이 학습 성취물로 어떻게 학생들의 더 많은 생각을 끌어낼 것인가를 고민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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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위한 평가에서 학생을 위한 평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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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의 디지털 택사노미(Bloom’s Digital Taxonomy) 연구를 살펴보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는 대부분 분류 체계 최상위에 ‘평가’가 자리한 분류법에 의한 교육을 받아 왔다. 하지만 개정된 디지털 택사노미를 살펴보면, 기존 ‘평가’의 자리에는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이 결합된 ‘창조하기’가 있다. 전달 받은 지식의 암기와 저장이 현실의 문제 해결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채점’을 통해 백분위 등위를 매기고 피드백을 주는 것은 단순하지만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채점을 통해 교사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이다. 우리 사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요구하는 창의 융합적인 역량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두 가지 이상의 학문을 아우르고 장단점을 분석한 뒤,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내면화하여 적용까지 해야 한다. 이 수준의 평가는 백분위 점수로 단정 지을 수 없다. 교사는 학생들의 대화 과정과 변화 과정을 필요할 때 언제라도 다시 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토의 과정과 프로젝트 진행 과정 속에서 학생이 어떻게 변화를 얻게 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적인 데이터의 기록과 누적이 필요하다. 하나의 클라우드, 하나의 플랫폼 안에 모든 것이 촘촘하게 저장되어 우리가 필요할 때 다시 되짚어 보며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에듀테크의 활용은 결국 학습자와 교사가 함께한 학습 이력이 기록된 ‘디지털 학습 포트폴리오’가 목표여야 한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기록된 학생의 노력, 고민, 협업 과정 등이 낱낱이 기록된 학습 과정들을 보며 평가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활동과 다양한 평가의 내용이 반드시 기록되어 학생 본인이나 상위 학년의 교사에게 인계되어야 한다. 그래야 현재 교사들이 겪는 중복된 노력을 줄이고 개별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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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공존하는 에듀테크를 위해


교육의 모든 문제를 에듀테크가 해결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에듀테크가 필수적인 공존의 단계까지 당겨 놓았다고 생각한다. 에듀테크를 수업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판단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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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의 제약을 넘기 위해,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비대면 수업 상황에서 전체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자료 조사 시 다양한 자료를 모으기 위해 등 에듀테크 적용을 위한 목적이 명확하면 기본적으로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에듀테크로 이루어지는 수업의 모든 과정은 주제에 맞춰 진행되어야 하며, 평가와 피드백을 통해 재활용한 뒤 다음 수업에도 사용되어야 한다. 어렵고 복잡한 것보다 내가 평소에 많이 쓰고 자신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웹, 앱 서비스를 가지고 에듀테크 수업을 시작해 보자. 아이들이 손수 만든 동영상 하나, 게시판이나 대화창에 올라오는 작은 글 하나도 중요하게 여기고 반응하며 활발하게 소통해야 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많은 교사가 고민하는 수업 콘텐츠 자료의 수준이 아니라, 대화가 통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담을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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