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학급경영, 나 잘하고 있을까?
새 학기는 참 정신없이 시작됩니다. 보통 2월에 출근을 하면 새 학년 인사가 발표되고, 교실 이사를 해야 합니다. 다음 선생님을 위해 정들었던 교실을 깨끗이 청소하고, 새 교실 또한 새로 올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청소합니다. 하지만 여유롭게 청소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새 학기 준비물 구입, 교육과정 작성 등으로 학년 회의가 잦고 전 직원 회의와 쏟아지는 각종 연수를 듣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옵니다. 결국 대부분의 선생님은 교실 청소를 퇴근 시간 이후나 휴일에 따로 시간을 내어 힘겹게 완료합니다.
새 학기 준비 기간에 학교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보니 정작 아이들을 만날 준비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행히 교사 커뮤니티에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각종 새 학기 학급 세우기 자료를 공유해 주십니다. 여기저기 두루 살펴보며 나에게 맞는 자료를 잘 골라 다운로드 받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들과 즐거운 새 학기를 보낼 생각에 두근두근 기대가 됩니다.
그렇게 새 학기를 보내며 다양한 자료들로 아이들과 즐겁게 생활하던 중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불안한 마음이 엄습합니다. 누군가 내가 잘하고 있는지 체크해 주면 좋겠다 싶지만, 아무도 우리 교실 사정을 알 수가 없으니 물어봤자 원론적인 대답만 얻을 것이 뻔합니다.
학급경영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선생님의 성향에 따라 다르고 어떤 아이들을 가르치느냐에 따라 또 다릅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답을 얻기보다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점검할 수 있는 나만의 학급경영 점검표를 스스로 작성해 놓는다면 장기적으로 학급경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데 큰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음 항목을 보며 나의 교실은 어떠한지 체크해 보세요 .
학급 규칙은 간단하고 일관성 있게 적용하고 있는가?
새 학기부터 세세하게 규칙을 정하고 학생들에게 지키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새 학기’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학생들은 낯선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에 규칙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기 마련이고, 선생님도 새 학기니까 새 마음으로 온 힘을 쏟아 규칙을 적용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선생님이 정한 규칙들을 까먹고 지키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다양한 변수에 의해 선생님 또한 일관적으로 규칙을 적용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번 한 번은 넘어가자’ 하며 현실에 타협하는 순간들을 자주 맞이하게 되지요.
학급경영은 1년이라는 장기 레이스를 꾸준하고 일관성 있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학기 초에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강조할 규칙은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단순해야만 아이들도 쉽게 받아들이고 선생님 또한 1년 내내 규칙을 일관성 있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새 학기 학급경영에 꾸준하게 강조하는 단순한 규칙입니다. 이 규칙은 아이들이 항상 볼 수 있도록 교실에 게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두가 참여하는 교실인가?
‘거지발’ 수업이라는 재미있는 단어를 들어 보셨나요? 이 단어는 사실 ‘거수 → 지명 → 발표’의 앞 글자를 딴 단어입니다. 선생님이 질문을 했을 때 손을 들고 지명 받은 학생이 발표를 하는 보편적인 수업 방식이죠.
그런데 이 수업 방식에는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소수의 학생들만으로 학급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적극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며 학습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열심히 손을 들지만 그렇지 않은 성향의 학생들은 자진해서 손을 드는 경우가 거의 없어 점점 발표하는 학생들만 발표하는 교실을 만들게 됩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어차피 손을 들지 않으면 발표를 안 해도 되니 질문에 대한 답조차 생각하지 않게 되며 심지어 질문 자체를 듣지 않는 경우까지 생기게 됩니다.
‘거지발’ 수업을 안 할 수는 없습니다만 학기 초에는 좀 더 참여형 수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기 초에 는 ‘발표를 듣고 짝과 답을 주고받기’, ‘모둠이 함께 의논하기’, ‘참여형 놀이 수업’ 등을 적극적으로 수업에 적용하며 학생들에게 참여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모든 아이들의 의견이 최대한 표출되는 교실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면 ‘거지발’ 수업을 해도 좀 더 많은 아이가 손을 드는 교실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오고 싶은 교실인가?
코로나19 이후 거리두기는 교실에서도 잘 정착을 했습니다. 책상은 당연한 듯이 서로 떨어져 있고 모두 마스크를 쓰고 앞만 보며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학기 초에는 선생님들이 방역 수칙에 초점을 두고 학급 운영을 하니 친구들과 어울릴 틈도 없이 그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따라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도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장소라도 편하게 대할 사람이 없다면 불편하게 느껴지고 내 본 모습을 보여 주기 힘들기 마련입니다. 교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주변에 앉아 있는 친구들이 불편하면 불편할수록 내 모든 역량을 발휘하기가 어색한 분위기가 됩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비접촉 놀이’를 통해 교실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친구를 사귈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비접촉 놀이는 거리를 두고 접촉 없이도 학생들이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놀이를 뜻하며, 유튜브에 ‘비접촉 놀이’로 검색하면 이미 많은 선생님들이 연구하고 교실에 적용한 영상들을 두루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매일 나는 수업을 여유 있게 준비하는가?
교사에게 수업이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핵심 업무이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따라서 수업을 어떻게 하느냐가 학급경영의 핵심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다만 어떤 수업이 좋은 수업인가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 다를 수 있기에 논외로 둔다면 결국 교사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수업이 최고의 수업이라고 자신합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아이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설레고, 여느 때보다 자신 있게 진행할 수 있는 나만의 수업을 매일매일 할 수 있다면, 교직에 대한 만족감과 자존감이 매우 높아질 것이며 일상의 행복도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내가 하고 싶고 잘하는 수업을 매일 하기 위해서는 미리 수업 준비를 해 놓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퇴근 후나 주말의 일부를 투자해서 일주일 이상의 수업 준비를 미리 해 놓거나 때론 방학 중 시간을 할애해서 다음 학기 수업 준비를 최대한 많이 해 놓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든든하게 수업 준비가 된 상태라면 언제나 내가 하고 싶은 수업을 즐거운 마음으로 만족감 있게 할 수 있습니다. 급하게 수업 자료를 찾으며 허덕이는 일상이 아니라 이미 준비된 자료를 느긋하게 꺼내며 여유 있게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는 수업도 수업이지만 학교 생활 전반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며 나만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습관입니다.
온라인 수업에 날개를 달아 줄 수업 예절 교육
온라인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수업 예절입니다. 교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이들 개개인이 무엇을 하는지 교사의 시점에서 모두 파악하기가 힘들며 통제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스스로 규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아이들 눈높이에서 예절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은 온라인 수업 시 꼭 필요한 예절과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멘트 모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