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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talk] 명사의 교실

사회과 수업은 경험이 중요합니다



사회는 민주주의와 환경 보호, 경제 개념 등 사회를 살아갈 때 필수적인 요소를 배우는 과목이다.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개념을 체득해야 제대로 배웠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실에서 아이들이 사회 개념을 충분히 체화할 수는 없을까? 사회 교과서를 집필한 전혜린 선생님에게 쉽고 재미있는 사회 과목 교수법과 사회 교과서 활용법에 관해 물었다.
전정아 사진 박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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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많은 학생이 사회과 학습을 어려워합니다. 외워야 할 게 많고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이전까지는 강의식 학습 방법으로 공공기관이나 민주주의, 역사 속 인물 등 여러 개념과 용어를 암기하게 했어요. 개념을 모르면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암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핵심 개념을 파악하지 못하고 단순한 언어로만 사회 현상을 해석하게 되죠.
단적인 예로, 지금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나라 간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몇십 년간 이어 온 역사가 반복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전쟁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사고하질 못해요. ‘전쟁은 나쁜 거니까 하면 안 돼요’라는 식의 납작한 의견밖에 내지 못하죠. 그래서 검정 교과서로 바뀐 사회 교과서를 집필하면서 이러한 개념을 외우지 않고도 아이들의 삶에 녹아들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이 무엇일지 많이 고민했어요.

Q 실제 사회에서 필요한 요소를 교실에서 경험한다는 건 어려운 일인데요. 사회 교과서 저자 분들이 고민이 많았을 듯해요.
국정 교과서에도 4학년이 되면 조사하고 활동하는 단원이 많아서 교사들이 어려움을 많이 느꼈죠. 자기가 사는 지역의 시청에 직접 찾아가 견학을 해 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가 보기는 어른들도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우리 교과서에는 아이들이 인터넷으로 자료를 검색하거나 ‘찾아오는 교실’과 같은 전문가 초청 프로그램을 소개해 실제로 견학을 가지 않고도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제시하려고 했어요. 국토 정보 플랫폼에서 디지털 영상 지도를 찾아 우리 고장을 살펴보고, 국가 문화유산 포털 누리집에서 문화유산을 조사하는 것처럼요.

Q 단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활동도 굉장히 다양하다고 느꼈어요.
사실 아이들에게 조사 보고서를 써 오라는 과제를 내면 대부분 비슷한 결과물이 나와요. 보고서는 학습 정리 방법의 일종이지, 일률적으로 똑같은 양식을 가질 필요는 없거든요. 고민한 끝에 아이들이 잘 아는 동요 음률에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넣어 개사하거나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을 알릴 수 있는 축제 포스터를 그려 보는 식으로 학생이 주도하는 산출물을 만들어 내 평가하는 방식을 활용했죠.

Q 교과서를 살펴보니 전국 곳곳을 예로 든 점이 눈에 들어왔어요.
전국의 선생님들이 모여 집필한 결과죠. 경기도에 사는 학생들에게는 수원문화재단 누리집을 방문해 수원 화성을 조사하는 방법을 알려 주면서 지역과 관련된 풍부한 자료도 소개했고, 경상북도 청송군의 중심지를 알아보는 등 인프라가 많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소도시에 사는 학생들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여러 지역 정보를 담으려고 했어요. 그렇게 소외된 지역이 없는지, 다양한 예시를 담았는지, 개념의 오류는 없는지, 현재 국정 교과서와 비교해 빠진 부분은 없는지 교차 검토를 몇 번이고 반복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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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선생님은 교직 생활을 하는 동안 고학년을 주로 맡으셨다고 들었어요. 고학년은 어려운 개념을 많이 배우는데요. 선생님만의 특별한 고학년 사회 과목 교수법이 있나요?
예를 들어, 6학년이 민주주의에 대해 배울 때 아이들이 나라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맡은 6학년 1반을 하나의 나라로 정하고, 나라 이름을 함께 만들었죠. ‘국민을 사랑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가치라는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서 ‘애민국(愛民國)’이라는 나라를 세운 거예요. 국가(國歌)도 작곡하고,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 등 조직을 만들었죠. ‘충분당’과 ‘행복하당’이라는 정당도 만들었고요. 당연히 국무회의도 하고 재판도 연답니다.

Q 애민국의 국무회의라니! 저도 참관하고 싶네요. 그럼 선생님은 대통령인가요?
맞아요. 그래서 제 권한으로 아이들을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법무부 등에 소속시켜 여러 일을 맡겼죠. 화폐를 관리하는 은행장과 통계청이 소속된 기획재정부, 모범 시민을 발굴하고 수업 시간을 집중적으로 체크하는 경찰, 코로나19 예방 관리를 위해 문을 소독하거나 열을 체크하는 보건복지부도 있어요. 학생들에게는 일의 중요도와 난도에 따라 학급화폐로 월급도 주고요.

Q 당원이 되어 국무회의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민주시민 정신을 키울 수 있겠어요.
지금은 ‘충분당’이 여당인데, 서로 당을 지키기 위해 좋은 의견도 내고 어떨 때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왜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싸우는지 알겠다고 할 정도예요.(웃음)
토론을 자주 하다 보니 아이들은 출처가 분명한 증거 자료를 가져와야 상대방의 의견에 당당히 반박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또 교실에서 함께 쓸 수 있는 크롬북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사실 확인을 하는데, ‘나무위키’나 ‘네이버 지식IN’ 등은 증거 자료로 채택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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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치 제도와 현상을 교실로 끌어와 사회 개념을 배우는 거군요.
진지하게 교실 정치 활동에 임하면 아이들은 저절로 궁금해 해요. 탈당하는 방법도 묻고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죠. 물론 제가 대통령이니 애민국에는 탄핵이란 제도는 없는 걸로 못 박아 뒀답니다.(웃음)
중요한 점은 그냥 흥미 위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애민국과 실제 대한민국의 차이점을 꼽아 보고 왜 실제와 다른지 그 이유를 찾아보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만드는 겁니다. 이런 경험을 해 본 덕에 우리 반 아이들은 지난 대선 때, 본인의 신념대로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체크하면서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어요.

Q 사회과 수업에도 에듀테크를 활용하나요?
저는 빅데이터를 많이 활용해요. 예를 들면 ‘네이버데이터 랩’의 쇼핑 차트를 활용하면 3학년이 배워야 하는 환경에 따른 의식주의 생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요. 워드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썸트렌드’로 민주주의와 관련된 연관어를 함께 배울 수도 있고요. 특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만든 ‘빅카인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IT 등 우리나라의 모든 뉴스를 분석해서 시각화 자료를 제공하는데요, 여기에서 관심 있는 분야의 빅데이터를 아이들과 함께 보고 의견을 나누고, 뉴스 제목을 보면서 동기를 유발하고 있어요. 또 구글 어스와 구글 지도도 자주 활용하죠. 구글 어스로는 세계의 여러 지역을 3D 위성 영상으로 볼 수 있어서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해 교육할 때 많이 활용하고, 구글 지도는 맞춤 지도를 만들어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어요.

Q 뉴스를 자주 접하는 아이들은 쓰는 어휘부터 달라지겠네요. 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습득 능력을 믿어 주면 한 뼘 더 나아간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애민국에서 방관하는 자세로 아무것도 안 하던 아이도 어느새 어려운 사회 개념 용어를 써 가며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걸 보면 참 뿌듯해요. 6학년쯤 되면 선생님이 쉬운 말로 가공만 해 주면 헌법 전문도 읽을 수 있어요. 원문 자료를 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아이들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믿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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