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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talk] 같이의 가치

교실은 아이들의 즐거운 무대



연극의 핵심적인 특징은 영어로 표현하면 ‘As if ’, 즉 ‘마치 ~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이 특징이 교실로 들어오면 단순한 공연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공감 능력과 사회성을 기르는 교육이 되며,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는 매개체가 된다. 교육연극으로 학생이 행복하고 교사가 보람찬 수업을 만들어 온 교사 모임 단체 ‘소꿉놀이’의 오판진 선생님(서울 신용산초)과 함께 교실에 연극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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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오랫동안 교육연극을 연구하며 연극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선생님만의 연극수업 철학은 무엇인가요?
수업은 미래를 위한 준비, 통과 의례 또는 훈련이라고들 하지요. 저도 이에 동의하지만, 그보다 아이들이 현재를 즐기고 수업 시간에 집중해 놀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연극적 체험을 하기 위해 공연을 준비하고, 연기하며 체험하는 순간을 즐기도록 노력합니다. 연극을 놀이라고 느끼게 하면서도 공부가 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그저 즐기기만 한다면 교육이라고 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연극수업의 효능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즐겁다고 느끼도록 도움을 주는 데에 있어요. 학생들이 서로를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고 협의하면서 연극이라는 결과물을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도 길러 주죠. 학생들이 함께 연극을 만들고 연극적 활동을 하다 보면 커뮤니케이션 역량, 즉 소통 능력과 협력하는 능력이 자연스레 향상되거든요.


선생님이 참여하는 교육연극 소모임 ‘소꿉놀이’의 활동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1991년 봄, 저를 포함한 서울교육대학교 연극 동아리 출신 교사 5명이 모여 ‘소꿉놀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연극을 연구하는 소모임을 만들었어요. 현재는 20명 정도 활동 중이며, 회원들이 많았을 때는 30여 명이 참석해 두 팀으로 나눠 모임을 한 적도 있었죠. 최근에는 줌(ZOOM)으로 비대면 회의를 진행해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며 공유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우리 모임의 활동 방향을 ‘교육연극’과 ‘그림책’, ‘생태 전환 교육’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잡았어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려 주고, 그림책에 관한 교사들의 관심도 커져서 그와 관련된 어휘를 통섭할 수 있는 교육연극 프로그램을 연구하기로 했습니다


연극수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한번은 6학년 학생들과 ‘봉산탈춤 노장과장’의 한 장면인, 신발 장수가 파계승에게 신발을 파는 대목을 연기한 적이 있었어요. 신발 장수가 관객들에게 신발을 사라고 외치는데 반 친구들이 아무도 호응하지 않았죠. 그때 제가 “신발 좀 주세요!”라고 크게 소리를 질렀는데, 신발 장수 역을 맡은 학생이 “신발 다 팔렸어요”라고 애드리브를 하더군요.(웃음) 연극의 흐름으로 보면 제게 신발을 팔았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학생이 즉흥적으로 판단해 다음 장면으로 넘겼던 거죠. 그 아이의 유연함에 깜짝 놀라면서도 역시 연극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새로운 해석이 참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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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선생님은 연극수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연극, 뮤지컬 등 공연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고요, 해외 사례가 정리된 교육연극 관련 원서나 번역서도 자주 봅니다. 아무래도 외국은 100년 전부터 교육연극을 연구해 왔으니 역사가 깊죠. 국내 서적 중에서는 소꿉놀이의 <똑똑 초등 연극 수업 어떻게 하나요?>, 이주진 저자의 <저학년을 위한 교육연극 수업이야기>, <고학년을 위한 교육연극 수업이야기>, 정경혜 저자의 <색카드 놀이 수학>, 교육연극연구회 놀이터의 <그림책이랑 놀자 연극놀이터> 등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교육연극 분야 중 최대 단체인 한국교육연극학회 속 여러 사업과 다른 연구자들의 활동에서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이 학회는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하면 워크숍, 아카데미, 학술대회, 어린이 연극 잔치, 교사 연수 등 행사에 참여할 수 있거든요. 



아직 교육연극이 낯선 동료 교사들이 연극을 수업에 도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출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교육연극과 관련된 어떤 아이디어라도 좋습니다. 일단 학생들과 함께해 보길 권합니다. 작은 경험들이 쌓여야 조금 더 어려운 교육연극 프로그램을 설
계하고 진행할 수 있는 용기가 나거든요. 처음이니까 실패가 당연하다고 마음을 비운 뒤 도전하다 보면 아이들이 즐겁게 반응하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모습에 더욱 연극수업에 열의가 생길 거예요.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연극 수업을 
제대로, 오래 하려면 소모임 활동이 필요합니다. 전국에 교육연극 교사 모임이 많으니 각 지역 단체의 회원이 되거나 교사 연수에 참여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학생이 행복하고 교사가 보람을 느끼는 교육연극 수업의 매력에 푹 빠져 보길 바랍니다.



연극수업 어떻게 할까?

교육연극은 주어진 시간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 짧게는 5분 길게는 40분 정도의 프로그램이 있는데, 연극을 준비할 때는 한 학기 10~15차시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한 해 동아리 활동이 보통 20차시이므로 이 시간을 연극놀이와 공연 준비 등으로 나눠 사용하는 것도 좋다. 특히 6학년 학생들은 국어 연극 단원을 20차시 동안 공부하는데, 이때 독서 단원이나 다른 교과를 통합해 재구성하면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해 연극수업을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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