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하고 경직된 분위기에 고구마가 쌓이다
솔직히 말하면, 올해는 6학년을 맡고 싶지 않았다. 내가 2년 동안 바라본 다섯 명의 6학년 아이들은 예의는 바르나 항상 표정이 어두워 활기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가 밝으니까! 내가 분위기 살리면 되지 뭐!’ 하고 마음을 다시 고쳐 잡은 뒤, 6학년 담임교사 희망란에 시원하고 자신 있게 사인을 했다. 그리고 3월 첫날, 6학년 교실 문을 열고 인사를 했다. “얘들아, 안뇽하소!”과장스러운 밝은 외침에도 아이들은 나를 보며 잔뜩 얼어 있었다. 매 수업 시작 5분 전에는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수업하는 동안 친구랑 잡담하는 일은 아예 한 번도 없었다. 어찌 보면 좋아 보이지만 이런 상황이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표정이 전부 경직돼 있었기 때문이다. 잡담뿐이랴. 수업 시간에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는 아이가 아무도 없었다. 단순히 느낀 점 한 마디를 듣는 데에도 최소 10분을 기다려야 했다. 고구마 100개를 꾸역꾸역 먹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