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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유튜브 시대에 신문 보기


 글을 읽고 쓸 수는 있지만 복잡한 내용의 정보는 이해하지 못하고 자극적인 정보와 가짜 뉴스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요즘 세대가 ‘실질 문맹’ 소리를 듣게 된 이유는 읽기와 쓰기 역량의 부재 탓이다.
권영부 선생님은 읽고 쓰는 훈련에 왕도는 없다며 신문을 잘 읽는 아이가 유튜브도 잘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 시대의 리터러시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리터러시 교육의 기본과 핵심을 짚어 보았다.

유승혜 사진 오경택
참고 자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지식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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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부 선생님은?

미디어 교육 1세대로 신문활용교육(NIE), 뉴스 리터러시 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으로의 변화 과정에 알맞은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천하고 있다. 교육부, 전국 시도 교육청, 초중고 교원 및 학생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신문을 활용한 교과지도·수행평가·논술지도>, <뉴스, 제대로 알고 즐기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책을 저술했다. 현재 서울 동북고등학교 수석교사로 재직 중이며, NIE한국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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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 문제가 자주 기사화됩니다.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아 온 교사로서 문해력 부족 문제에 대해 어떻게 체감하나요?

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텍스트를 읽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논리적인 글쓰기로 마무리 할 수 있는 학생들이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서너 문단만 넘어가도 읽기 싫어하고, 자기 생각을 200자 내외로 정리하는 것조차 힘겨워합니다. 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하는 리터러시 역량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요.


Q: ‘문해력(文解力)’과 ‘리터러시(Literacy)’는 같은 의미인가요?

리터러시를 흔히 문해력으로 번역하지만 문해력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문해력은 단어 그대로 ‘문자를 해석하는 능력’인데 오늘날에는 다양한 미디어 텍스트의 등장으로 활자를 넘어 미디어의 의도를 파악하고 비판하며 소통하는 능력으로 확장되었어요. 그래서 문해력보다는 리터러시로 칭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미디어를 강조하기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사실 해석을 해야 하는 플랫폼이라면 어떤 것이든 리터러시의 수식이 될 수 있습니다. 유튜브 리터러시, 뉴스 리터러
시, 교과서 리터러시 식으로요. 미디어 리터러시는 이들을 통합하는 의미로 사용돼요.


Q: 최근 몇 년 사이 리터러시 부족 문제가 대두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20년 전에는 신문활용교육(NIE)이 활발했고 학생들도 신문 읽는 데 익숙했습니다. 요즘은 신문읽는 학생은 천연기념물이라 할 정도로 드물죠. 세상이 영상 시대로 급변했고 학생들은 이제 인쇄 텍스트보다 영상을 더 자주 접할 뿐만 아니라 선호합니다. 그런데 인쇄 텍스트는 단어를 짚어가며 읽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영상은 텍스트보다 이미지를 통해 감각적이고 즉각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인쇄 텍스트는 보는 이가 스스로 속도를 조절해 읽지만, 영상은 보는 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알아서 빠르게 흘러가죠. 곱씹고 이해할 시간이 없으니 읽고 쓰고 사유하는 힘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곧 사실과 허위를 구분하지 못하고 주체적인 사고와 창조를 어려워하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이런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실정이고요. 교육이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결국 민주주의의 가치가 손상되고 사회의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Q: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인가요?

미디어 리터러시는 모든 소통 수단을 기반으로 접근, 분석, 평가, 창조, 그리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말 그대로 이러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으로 비판적으로 미디어를 수용하고 창의적으로 미디어를 활용·생산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미디어 텍스트를 누가 어떤 의도로 생산했는지, 다른 해석의 가능성은 없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떤 해결책을 세울 수 있는지 질문하고 콘텐츠의 본질을 파악하는 과정의 훈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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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나라의 미디어 교육은 1995년 신문활용 교육을 그 출발점으로 보는데요. 그때와 현재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어떤 차이가 있고 핵심은 무엇인가요?

본질은 같습니다. 어떤 원리든 기본이 갖춰지면 응용이 가능하듯 리터러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방점은 미디어에 있지 않고 리터러시에 있습니다. 신문활용교육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기본 과정인 ‘접근, 분석, 평가, 창조, 행동’의 동일한 과정을 거칩니다. 단지 활용하는 매체가 신문에서 미디어로 확장, 진화된 것뿐입니다. 제가 33년간 교사로 일하면서 주기적으로 리터러시 교육 과정을 정리해 왔는데 2000년에는 인쇄 매체를 활용한 수업을, 2016년에는 인터넷 뉴스를 활용한 수업을, 2021년에는 인쇄 매체, 인터넷 뉴스, 유튜브 등 종합적인 매체 활용 수업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활용 소스가 다양해졌을 뿐 읽기와 쓰기 역량을 키우는 활동, 즉 기초 문해 역량 강화 교육이 기본이 된다는 점은 같습니다. 기초 문해 교육이 되지 않고 비판적 미디어 수용 교육과 창의적 미디어 활용 및 생산 교육을 한다는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하죠. 평면의 활자 매체와 입체의 영상 매체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읽기 훈련이 필요하며 활용 매체들의 조화와 균형을 이룬 수업 운영이 중요합니다.


Q: 신문활용교육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신문활용교육은 낡은 교육이 아닙니다. 학생들에게는 교과서라는 인쇄 매체가 있지만 교과서 밖 세상, 학습도구어 이상의 어휘를 배우게 하는 수단으로는 신문이 가장 탁월합니다. 저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의 가장 기본이 되는 소스로 신문을 활용합니다. 학교에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신문을 읽고 리터러시 교육에 활용할 기사를 찾는 일은 교직 생활 내내 이어 온 저의 일상입니다. 되도록 여러 매체를 접하면 좋지만 그중 효율이 좋은 매체가 종합 일간지입니다.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를 두루 읽어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기본 소양을 쌓을 수 있습니다. 교사가 먼저 준비가 되어야 학생들에게도 양질의 자료로 수업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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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유튜브가 익숙한 요즘 학생들, 특히 초등학생에게 신문 읽기는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젊은 선생님들도 어려워합니다. 저는 인쇄 텍스트와 영상물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활동을 권장합니다. 신문 읽기가 기본이 되는 것은 맞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유튜브 영상을 먼저 접한 다음에 같은 주제의 신문 기사를 읽어도 좋습니다. 가령 메타버스가 주제라면 신문보다는 영상으로 먼저 접하는 편이 이해가 빠르겠죠. 주제에 따라 텍스트로 된 이론을 먼저 접할지 영상 사례를 먼저 접할지 교사가 판단해야 합니다. 순서는 상관없지만 동일 주제를 하나의 매체에 치우치지 않고 신문 기사부터 유튜브까지 두루 다뤄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이 주제라면 관련 신문 기사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한 다음, 그에 대한 해결책을 영상으로 만든다는 가정을 하고 유튜브 섬네일을 직접 디자인해 보는 방식으로 수업을 할 수 있겠지요.


Q: 초등학생에게 맞는 신문 기사는 어떻게 선별하고 또 어떻게 읽혀야 할까요?

일단 <어린이동아>, <어린이조선일보>, <소년한국일보> 등 어린이 일간지의 기사를 활용합니다. 두세 단락의 짧은 기사를 고르되 교과서에서 읽을 수 없는 참신하고 구체적인 소재면 좋습니다. 학생들이 읽을 때 모르는 단어는 따로 적게 하고 해당 단어를 사용한 예문을 만들게 해 단어 뜻을 익히게 합니다. 처음에는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겁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서 신문 읽기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합니다. 읽은 내용을 파악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은 3~4명씩 모둠을 만들어 진행합니다. 같은 내용을 읽고도 서로 느낀 점이 다를 수 있음을 친구들과 소통으로 알게 하는 것이지요.


Q: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따로 과목이 없어서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3~4학년 국어에는 글을 읽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활동이 있지만 국어과 이외의 교과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려면 교육과정 성취 기준을 교사가 스스로 재구조화해 수업과 평가 활동을 설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목별로 신문 기사와 연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반드시 시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정상의 디지털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리터러시 역량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입니다. 인터넷 트렌드만 좇지 말고 기본기를 단단하게 다져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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