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talk] 같이의 가치
영화를 같이 보고 함께 만들어요
'2022 개정교육과정'속 민주시민 역량을 길러 주는 영화교육
1.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전국영화교육연구회’
는 2019년부터 시작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단체가 만들어졌나요?
지태민(이하 태민) 전국에 지역별로 영화교육을 하
는 교사 모임이 많아요. 경북과 충남 영화교육연구회, 인천의 ‘시네마공작소’ 등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가 많은데, 처음엔 이 단체들과 알음알음 모임을 가졌어요. 그러다 2019년 가을 무렵 영화교육을
조금 더 전문성 있게 연구하는 방법을 전국으로 넓혀 보자는 뜻을 모았죠. 창단 이후, 회원 간의 영화
교육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1년에 한 번씩 만나 단편영화도 제작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교육영화제를 진행하고 있어요.
2. 세 분은 어떻게 영화교육을 시작하게 됐나요?
한지은(이하 지은) 인상 깊게 본 영화를 통해 평소
좋아하는 배우와 함께 실제로 촬영하고 싶다는 마
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영화 제작을 공부했지만,
‘성공한 팬’이 되는 건 결국 허황된 꿈이라는 판단
이 들어 빠르게 포기했죠.(웃음) 대신 아이들과 영
화를 만들며 추억을 쌓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영화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고혁민(이하 혁민) 우연히 영화 제작 메이킹 필름을
보았는데,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속 여러 스태프들의 협업이 정말 멋지더라고요. ‘영화 한 편을 만
들면 우리 학생들에게도 협업심을 길러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 영화교육을 시작하게 됐어요.
태민 저는 전국영화교육연구회 이전부터 아이들
과 한 편의 영화를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영
화 읽기’ 수업을 해 왔어요.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직접 찍는 영화에도 매력을 느꼈고, 극장에서 상영
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3. 영화교육은 어떤 교육적 효과가 있나요?
태민 영화 읽기는 독서와 비슷한 장점이 있어요.
영화도 책과 마찬가지로 이야기 형태이다 보니, 관람하는 아이들마다 느낀 점, 소감이 제각각 달라요.
책 속 문장의 행간을 읽어야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
할 수 있듯, 영화 역시 장면 속에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의미를 추론해야 하죠. 이는 여러
편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훈련하다 보면 충분히 길러져요.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할 때는 아이들끼리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기도 하지만 그 역시 사회성을
기르는 교육이 된답니다.
지은 실제로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이나 동아리
활동으로 학생들과 영화를 찍다 보면 협업 능력,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쑥쑥 느는 걸 체감해요. 아이들끼리 일정도 짜고 스태프의 역할도 분배하면서
자기관리도 하게 되고요.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교육할 수 있도록 강조
하는데, 이에 필요한 사회성과 공동체 의식은 영화
교육으로 성취할 수 있죠.
영화 읽기는 도서 활동처럼, 영화 제작은 교과 성취 기준에 맞춰
1. 영화 읽기와 제작의 고정된 커리큘럼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태민 독서 활동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읽기 전, 읽기 중, 읽기 후로 단계를 나누는 거예요.
영화 한 편을 선정했다면 읽기 전 활동으로 포스터
를 보고 영화의 시놉시스를 상상해 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해하기 조금 어려울 수 있는 역사 영화
라면 배경지식을 미리 설명하고요. 영화를 보는 중
에는 사실과 영화 속 장면을 비교하기도 하죠. 인상
적인 장면은 인물, 사건, 배경으로 세부 분석해 보는
것도 좋아요. 영화의 읽기 후 활동은 한 가지 주제로
토론해 보는 등 교사 본인의 역량에 맡기면 돼요.
혁민 영화를 제작할 때는 학생들의 교육과정 속
성취 기준을 활용하는 게 좋아요. 국어에서 자기 경험을 이야기로 써 보는 단원에 맞춰 시나리오를 쓰고, 미술 교과 속 사진 촬영 활동을 하는 단원에는
아이들을 출연시켜 시나리오에 맞게 연기를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담아 보는 거죠. 그리고 실과
수업에는 영상도 편집해 보고요.
2. 그럼 학생마다 배우, 연출, 촬영 등 영화 제작에
필요한 역할이 그때그때 달라지겠네요.
혁민 초기엔 역할을 세분화해 나누기도 했었는데
요. 이제는 영화라는 종합예술의 제작 전 과정을 경
험해 볼 수 있도록 고정하지 않고 있어요. 또 요즘
은 휴대폰 카메라와 편집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장
면을 자르고 붙일 수 있더라고요. 4학년만 돼도 별
도의 교육 없이 영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곁에서
조금만 도와줘도 충분히 해낸답니다.
태민 시작할 때는 교사가 컨트롤할 부분이 많지
만 중반부터는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영화 제작을
이끌어 가요. 편집 방법을 독학해서 재치 있는 화면
도 만들고, 역할에 어울리는 이미지의 배우가 없으면 다른 모둠 친구도 직접 캐스팅해요.(웃음)
3. 영화교육을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학생들과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지은 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교육을 시작했어요. 5명이 모여 대본을 나눠서 써 보고 또 하나의 이야기로 합친 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촬영했어요. 코로나19로 답답함을 느끼는 아이들이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활동하던 때를 그리워하며 현실
에서 꿈으로, 꿈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플롯이었는데 촬영 때 물총놀이도 하면서 시원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어요. 이 영화는 <쉬는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제3회 교육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
됐어요. 유튜브 채널 ‘교육영화제’에서 공식 상영작을 모두 볼 수 있으니 많이 시청해 주세요.
혁민 영화 한 편을 만들면서 학급 내 질서도 생기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는 게 매우 인상 깊었어요.
태민 우리 학교에서는 교내 예산을 활용해 강사
님을 모셔 와 6학년 친구들에게 모둠별로 영화를
만들어 보는 영화교육을 진행했어요. 다른 반 친구들이 만든 영화도 보면서 마지막 학년, 마지막 차시의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었죠.
4. 아이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영화 주제로 만들다 보니 자아 성찰도 하고 대리 만족도 느끼나 봐요. 요즘
학생들은 어떤 주제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나요?
태민 아무래도 친구와의 우정,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를 자주 다뤄요. 진로에 대한 고민도 주제가 되곤 하죠. 좀비물도 인기가 많아 영화로 만들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지은 맞아요. 호러랑 스릴러물을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뒷말 때문에 친구들끼리 싸움이 날 때 방관
하지 않고 해결하는 서사, 은둔형 외톨이가 된 친
구를 도와 세상 밖으로 이끌어 주는 서사도 자주
등장해요.
아이들도, 선생님도, 영화인도 모두 행복한 교육영화제
1. 전국영화교육연구회를 창설하고 그다음 해인
2020년, 첫 교육영화제가 개최됐어요. 교육영화
제가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가요?
태민 원래는 1년에 한 번이라도 전국 회원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는 데에 취지를 뒀어요.
그런데 선생님들이 모이다 보니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만든 소중한 영화들을 시사하는 장을 우리
가 만들어 주는 건 어떨까?’ 하고 의기투합하게 된
거예요. 이 영화를 본 관객과 이야기도 나누고요.
지금은 교육과 관련된 좋은 교육영화를 소개하는
통로 역할도 하게 됐죠.
2. 지난 1월 20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한 제3회 교육
영화제에서 특히 감명 깊었던 영화는 무엇인가요?
혁민 강지효 감독의 <김현주>라는 영화가 기억
에 남아요. 초등학교 교사와 학생이 주인공이에요.
‘아동학대’라는 민감한 이슈를 다뤘는데, 학대 피해
자로 의심되는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행동과 태도를 보여 주고 있어요. 감정적으로 세밀하게 다가가
는 연출 덕에 교사로서 공감이 많이 됐죠.
지은 저는 서울교육대학교 단편영화 제작 워크
숍 수료작으로 상영한 영화요. 비정규직 교사의 불
안정한 고용, 채용에 대한 설움 등이 드러났거든요.
3. 12월에 열리는 제4회 교육영화제를 위해서 여러 사전행사가 열린다고 들었어요.
태민 먼저 7월 말에는 대전에서 단편영화 제작
워크숍을 개최했습니다. 영화제작의 전 과정을 경
험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 작성, 영화 촬영과 편집,
상영회까지 커리큘럼으로 마련했어요. 비용적으로
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다
음 워크숍을 눈여겨봐 주세요. 또 8월 8일부터 9월
2일까지는 용산구와 전국영화교육연구회가 함께
하는 행사도 진행합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태일이>, <수네vs수네> 등의 영화를 관람한 뒤 서울
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프로그래머,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님과 함께하는 영화 읽기 프로그램을 구
성했어요. 교사와 학부모를 위해서는 <계절이 지
나가는 하늘에는> 등을 보면서 교육학 박사님이나
영화감독과 함께 대화를 진행했고요.
지은 제가 근무하는 신동초등학교에서는 지속가능한 발
전 및 환경과 관련한 주제로 영화를 만드는 ‘서울신동어린이
환경영화제(가칭)’를 열어요. NGO ‘굿네이버스’와 뜻을 같이한 영화제인데요. 아이들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환경 운동을 실천할 수 있게 돕자는 취지죠.
4. 12월에 열릴 영화제가 더욱 기다려지네요. 마지막으로
전국영화교육연구회와 교육영화제가 나아갈 방향을 말씀해
주세요.
혁민 우리 연구회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전국 교사들과
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인데요, 제작자와
감상자의 영역이 경계 없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교육영화제
가 교두보 역할을 하도록 노력할 계획이에요.
지은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전국에 참 대단
하신 선생님이 많다는 걸 알게 돼요. 저도 아직 배우는 입장으로 조언 한마디 드리자면, ‘필름메이커스’ 등 영화인 커뮤
니티 사이트에서 영화 기획과 제작, 연출, 촬영, 특수효과 등
강의 자료를 보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교육영화제 웹 사이트(http://edufif.kr)의 영화교육자료실 내 자료도 마음껏 활
용해 주시고요. 영화진흥위원회가 개발한 초등학교 영화교
육 표준안, 회원들이 제작한 초등학교 영화제작 교육 영상을 제공하고 있답니다.
태민 총 세 번의 영화제를 주최하는 내내 코로나19가 큰
장벽이었기 때문에 소규모 또는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오히려 각종 영화제의 출품작 수는 이전보다
증가했다고 해요. 영화교육에 열정을 가진 교사와 배우는 학생들의 열의는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증거겠죠. 제4회 교육
영화제 역시 교사와 학생이 모두 즐거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약속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