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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talk] 방과 후 취미

목요일에 버스킹하는 선생님들



그저 노래가 좋아 거리에 나선 교사 버스커


Q. 대구에서는 목요커가 꽤 알려진 것 같아요. 몇 몇 알아보는 분도 있고요. 그런데 오늘 공연은 거 리가 아니라 라이브 카페네요.


 김기윤(이하 기윤) 줄곧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다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부터 공연 자체를 못 했어요. 그러다 버스킹을 같이하며 친해진 분이 가게를 운영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인연으로 목요일과 토요일, 그분의 가게에서 공연을 합니다. 지금은 거리두기가 좀 완화되어서 거리 공연도 시작했어요. 

 권경환(이하 경환) 제가 올봄에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 9에 출연했거든요. 그때 우승한 덕분에 알아보는 분이 계시긴 한데, 우리가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아요.(웃음)  


Q. 아까 보니 눈빛만으로 노래 코드를 딱 잡으시던데, 호흡이 정말 잘 맞는 것 같아요. 


 기윤 동갑인 데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을 만나니 사이가 가까울 수밖에요. 목요커를 결성한 지도 벌써 5년이나 됐고, 하도 여러 곡을 같이해서 눈빛만 봐도 알아요.(웃음)

 경환 우리 인연은 기윤 쌤이 버스킹 관련 카페에 올린 글에 제가 제일 처음 댓글을 단 것 부터가 시작이에요. 알고 보니 기윤 쌤은 대학교 밴드의 드러머 출신이었죠. 저는 임용고시 준비하면서 화음 공부를 기타로 했어요. 이때 처음 기타를 쳤는데 재밌더라고요. 혼자서 버스킹도 해 보긴 했는데, 같이하면 더 재밌을 것 같았죠.

 기윤 게다가 둘 다 대구 출신이 아니에요. 경북에서 살다가 교사 임용을 대구로 발령받은 거죠. 저도 경환 쌤처럼 같이 음악을 하고 싶어서 글을 올렸는데 우연히 교사끼리 만나게 된 거예요.


Q. 목요커의 첫 공연은 어땠나요?


 기윤 지금 생각하면 공연이라 할 수도 없었죠. 길바닥에 은색 돗자리 펴고 미니 앰프 하나로 했거든요. 그때 대구는 버스킹 문화가 별로 없어서 신선함 때문인지 사람들 반응이 좋았어요. 노래 잘 들었다고 먹을거리도 주시고 박수도 크게 쳐 주시고… 말 그대로 다 함께 즐겼어요.

 경환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겨울이라 손가락이 얼었는데, 아픈데도 기타를 쳤어요. 정말 신났거든요.



그저 노래가 좋아 만난 교사 버스커


Q. 목요일마다 공연하는 버스커라 이름을 목요커라고 지은 걸로 알아요. 그런데 왜 하필 목요일인가요?


 경환 단순하지만 우리가 일주일 중 목요일에 시간이 가장 많았어요.(웃음) 

 기윤 목요일이 또 일주일 가운데 가장 힘든 하루 아닌가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하루만 버티면 금요일이 오는 즐거운 날이기도 하죠. 지금은 목요일 외에도 공연을 하지만 목요일로 딱 정해 두니 기억하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았어요.


Q. 기억에 남는 관중이 있나요?


 기윤 새벽이었는데, 저 멀리서 술 취한 아저씨가 비틀비틀 걸어와서 처음에는 왠지 무서운 마음에 경계를 했죠. 그런데 눈물을 흘리면서 까만 봉지를 건네는 거예요. 아내에게 주려고 산 오징어 회인데 우리한테 꼭 주고 싶다고 했어요. 집에 가는 길 구슬픈 멜로디에 끌려 여기까지 왔는데 그게 고작 멜로디언이었다는 게 너무 놀랍고 감동적이라면서요. 오히려 제가 더 감동한 순간이었어요.

 경환 저는 중년 커플이 기억나요. 남자 분이 청혼하고 싶은데, 어울리는 노래를 해 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그래서 자작곡인 ‘오솔길’을 불러 드렸죠. 남성 분은 준비한 반지를 여성 분께 내밀며 프러포즈를 하셨어요. 우리와 커플은 물론, 그 자리에 계신 모든 사람이 모두 흐뭇한 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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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억에 남는 무대는요?


 기윤 제가 베트남 하노이 한국국제학교에서 교사로 일한 적이 있어요. 그때 경환 쌤이 방학 때 놀러 왔는데, 그곳에서도 버스킹을 했어요. 처음에는 우리나라 가요를 불렀는데 하나 둘 한국인 관광객들이 모이는 거예요. 타지에서 만나니 너무 반갑더라고요.

 경환 베트남 노래도 했어요. ‘국민가요’라 불리는 유명한 곡을 계속 들으면서 연습했어요. 뜻은 잘 몰라도 발음은 어느 정도 비슷하게 흉내 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하기 잘했다 싶었죠. 또, 저는 혼자서 버스킹 전국 투어도 했어요. 오토바이에 기타 하나 메고 하루에 두 도시씩 다니며 거리에서 노래를 했어요. 호주에서 하기도 했고요. 다 잊지 못할 추억들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거리의 악사들


Q.  이야기를 듣다 보니 두 분 다 관중과 호흡하는 버스킹의 매력에 푹 빠지신 것 같아요.


 경환 딱히 대화를 하지 않아도 오늘 처음 본 사람과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공연을 하다 보면 사람들 표정이 비슷해 보일 때가 있거든요. 흐뭇하게 미소 짓는 모습을 보면 제 마음도 녹아요. 우리 노래에 손뼉으로 박수를 맞추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열려 있는 게 느껴져요. 

 기윤 똑같은 곡인데도 부르는 장소에 따라서 분위기가 달라져요. 그 분위기에 따라 우리의 연주와 노래도 달라지죠. 관객이 흥이 나면 후렴구를 반복해서 하기도 하고, 아까처럼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기타의 리듬을 순식간에 바꾸기도 하고요. 똑같은 공연이 하나도 없는 게 버스킹의 매력 같아요.


Q. 두 분의 이런 취미 활동이 학생들은 물론, 주변 교사 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아요.


 기윤 저는 학교에서 학생 버스킹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덕분에 자기 진로를 찾아서 뮤지컬 배우를 하거나 기타리스트가 된 제자도 있어요. 교사로서 정말 뿌듯하죠. 학생 버스킹 동아리 운영을 주제로 교사 연수 교육도 종종 했고요. 학생이나 교사 모두 공연을 하면 자신감이 붙는 게 느껴져요. 서로 연습하면서 사회성도 발달되고, 자신의 끼를 표출하며 학업 스트레스도 풀고 참 좋은 활동인 것 같아요.

 경환 저는 특수학급 교사인데, 아이들이 노래하는 선생님이라고 되게 좋아해요.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것도 공부보다는 선생님과 같이 즐겁게 보낸 시간이거든요. 물론, 교사로서 학업적인 부분도 기본으로 지켜야 하지만 가끔 같이 노래하며 즐거운 시간도 보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교사가 즐거워야 학생들도 즐거워질 테니까요. 


Q. 마지막으로 나에게 목요커란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 의해 주세요.


 경환 종이컵 전화기 같아요. 같은 공간에 함께 모인 사람들끼리 노는 놀이 같아요. 서로의 마음을 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죠. 음악으로서의 놀이를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고 싶어요. 음악의 힘은 정말 크거든요. 그리고 앞으로 계획은 미발표된 자작곡이 좀 많은데, 뮤직비디오도 만들고 음원 등록도 하고 싶어요. 

 기윤 제게 버스킹은 럭키 박스 같아요. 공연하기 전에는 항상 궁금하고 설레거든요. 오늘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분위기가 연출될지 궁금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즐겁게 목요커 활동을 이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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