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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talk] 특별 기획

검정교과서로 한 학기,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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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교과서의 전환, 꼭 필요할까?


Q. 2019년 초등 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정으로 전환된다는 발표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당시 교과서 개편에 대한 초등 선생님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강경은 이미 예체능과 영어를 검정교과서로 수업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변화라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다만 검정교과서의 과목 수를 늘린다고 하니 이제 정말 교육의 다양성을 강조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우려되는 부분도 없진 않았어요. 사회 교과 같은 경우는 이념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집필진 입장에서는 조심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지영 주변에서는 왜 굳이 교과서를 바꿔야 하는지에 의문을 갖는 분들도 꽤 있었어요. 교과서가 바뀐다고 가르치는 게 크게 달라지겠냐는 분들도 계셨고요.


강경은 맞아요. 저 또한 처음에는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초등교육까지는 일반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기준이 공통의 교과서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지나고 보니 중요한 것은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지역의 특성이나 학교의 교육 가치관 등에 따라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검정교과서 전환은 의의를 갖는다고 봅니다.


유대현 교과서가 꼭 하나일 필요가 있을까요? 물론 역사나 국어 같은 과목은 왜곡될 우려는 있으나 정확한 심사 기준이 있다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아요.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표현할 자유를 보장하는 거죠. 교과서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검정교과서 전환이 맞다고 봅니다.


Q. 결국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검정교과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인데요. 그동안 국정교과서의 문제나 한계를 느낀 적이 있나요?


강경은 국정교과서만 있을 때는 사실 뭐가 부족하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 크게 체감하지 못한 게 사실이에요. 비교할 대상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검정 전환으로 여러 출판사의 교과서를 볼 수 있으니 확실히 다양성이 눈에 띄었어요. 같은 내용인데도 출판사마다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더라고요. 국정교과서의 한계나 문제점이 수업에서 바로드러난다기보다는 창의적인 사고, 허용적인 분위기, 다양성 존중이라는 교육 환경의 변화를 막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대현 동감합니다. 교실에서는 교사의 철학이 담긴 교육 활동이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놀이 중심 수업을 하는 교사도 있고, 문제 해결 활동을 중요시 하는 교사도 있겠죠. 그런데 국정교과서일 때는 다양한 활동 자료들을 교사가 개인적으로 만들거나 찾아야 했어요. 하지만 검정일 때는 그에 맞는 교과서를 채택하면 돼요.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수업 자료를 통해 교사의 수고로움도 덜 수 있죠. 이렇게 비축된 교사의 에너지는 다시 교실에서 발산됩니다. 결국 수업의 질이 올라가는 거죠 .


김지영 교사의 편의성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건 맞아요. 수학 같은 경우, 인터넷에 올라온 수업 자료들 가운데 오류가 있는 것들도 있어요. 초등교육은 교사 한 명이 과목 대부분을 가르쳐야 하므로 수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당연히 오류가 생길 수 있죠. 하지만 교과서가 다양하면 그 교과서에서 활용했던 자료를 교사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 거예요. 출판사에서 검증된 자료이니 오류도 줄일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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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시대에 발맞춘 의미 있는 변화


Q. 처음 검정교과서를 받았을 때, 어떤 점에 가장 큰 변화를 느꼈나요?

김지영 디자인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띄었죠. 특히 표지가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내지에 있는 학생 캐릭터 표현도 다양하고, 개념을 설명하는 예문도 많아진 것 같아요.

강경은 학생들도 검정교과서를 보고는 교과서의 디자인을 좋아하더라고요. 또 학생들이 직접 활동할 수 있는 붙임자료도 많아졌고요. 다만, 과학은 같은 단원의 내용을 탐구하는 데 실험 방법이나 실험에 필요한 준비물이 이전과 달라서 조금 혼란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교과서 내용은 교육과정이 바뀌지 않은 상태여서인지 예상한 것만큼 큰 변화는 없었던 것 같아요.

유대현 맞아요. 출판사마다 단원의 순서 차이만 조금 있을 뿐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더라고요. 대신 단원이 끝난 뒤 이뤄지는 특화 차시에서는 약간씩 차이가 있었어요. 또, 출판사에서 제공되는 수업 및 평가 자료들이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진 것 같고요.

Q.실제 수업에서도 차이가 있었나요?

김지영 천재 수학 교과서 같은 경우에는 놀이를 통해 수학 개념을 배우는 ‘창의놀이터’라는 활동 코너가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수업이 가능해요. 학생 스스로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활동들이 많아졌어요. 유대현 선생님 말씀처럼 판사 제공 자료도 풍성해졌고, 수행평가 자료도 많아졌고요. 특히 T셀파에서는 매 차시에 수행평가지를 제공해서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돼요.

강경은 검정교과서로 전환되면서 몇몇 선생님이 기존에 사용해 온 수업 자료를 새로 바꿔야 할까 봐 걱정이 많더라고요. 게다가 과목별로 출판사가 다르다 보니 어떤 것을 기반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오히려 출판사에서 자료를 충분히 제공해 줘서 걱정을 덜었어요. 출판사별로 플랫폼을 개발하고 웹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한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봅니다.

김지영 교육과정의 재구성이 다양하게 이뤄지는 환경이 마련된 거죠. 수업 자료가 풍성하니 교사들이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대로 수업을 재구성할 기회가 많아진 거예요. 교사의 자율성이 커진 거죠. 물론 국정교과서일 때도 많은 선생님이 그래왔지만 검정교과서에서는 출판사가 정선된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서로 공유하면 앞으로 다양성이 더 확대될 거예요.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반쪽짜리 변화


Q. 교육과정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검정 체제로 전환됐으니 예상만큼 다양성의 범위는 넓지 않았네요.

김지영 그렇죠. 교과서를 집필할 때도 처음에는 굉장히 호기롭게 여러 시도를 하려고 했지만 교육과정과 교과서 심의 기준에 맞춰 회의를 거듭하다 보면 결국 국정교과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더라고요.


유대현 일단 교육과정이 바뀌면 출판사마다 특색 있는 교과서를 출시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단원은 물론 차시 구성도 큰 변화가 오지 않을까 하고요.


강경은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교과서 집필 기준이나 심사 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크게 달라지기는 힘들 것 같아요. 정해진 기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기가 어렵죠.


김지영 현재 교과서에 별도로 구성된 교사용 수업 자료가 CD에 수록됐어요. 학교 현장에서는 CD가 지원되지 않는 컴퓨터가 더 많을 텐데, 실용성이 떨어지는 거죠. 당연히 USB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 교육체제는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어요. 교과서나 수업 자료에 게재되는 정보들, 예를 들면 신문 기사나 동영상 URL 등을 허용하는 데에 있어 제한하는 경우도 많아요.


유대현 처음이라 여러 가지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상

황에서는 1~2학년은 여전히 국정교과서인 데다 모든 과목이 검정 체제로 되지 않았으니 아직은 반쪽뿐인 변화라고 할 수 있죠.


김지영 선생님 중에 변화를 두려워하는 분들도 분명히 계실 거예요. 무조건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제 첫 단추를 끼웠으니 앞으로는 차근차근 변화가 시작될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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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교과서는 어떻게 달라질까?


Q. 학교에서 교과서를 채택하는 과정도 중요한 이슈가 되었을 것 같아요.


강경은 어느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의견도 받고, 되도록 많은 교사의 참여를 유도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선정된 몇몇 교사들이 교과서 채택에 참여해요. 따라서 참여하지 않은 선생님들은 국정교과서와 다를 바 없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학교의 자율성은 높아졌을지 몰라도 교사의 자율성은 그대로인 셈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선생님이 교과서 채택에 참여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김지영 아무래도 선생님들은 부가 자료가 풍부한 출판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어요. 자료가 풍성하다고 해도 어디에 있는지 찾는 데 시간이 걸리면 그것도 불편하죠. 온라인 플랫폼 운영이 직관적인 곳이나 멀티미디어 자료가 다양한 곳이 좋아요.


Q. 검정교과서의 변화가 초등교육의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보나요?


김지영 물론이죠. 지금 당장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렵겠지만 교과서가 다양해지면 학생의 성향과 수준, 지역적 차이 등을 보완하면서 평등한 교육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해요.


유대현 해외에서는 교과서 하나에 수업 자료는 물론, 각 단원에 필요한 교구까지 세트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어요. 키트처럼 구성된 교과서와 부가 자료로 1년 동안 학생들을 일관되게 가르칠 수 있는 거예요. 검정교과서가 출판사마다 확실히 차별화를 지닌다면 미래의 교육도 분명히 달라질 거예요. 교사와 학부모의 교육 가치관이나 철학이 명확해지고 세분화되면서 결국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확보되는 거죠.


강경은 한편으로는 자율성을 너무 급격하게 열어 두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선생님들도 있으리라고 봐요.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들끼리 또는 학교끼리 비교를 하게 될 거예요. 교과서의 다양성이 수준 높은 교육으로 가기 위한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선생님들에게는 너무 과한 짐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좋은 교과서란 과연 무엇일까?


Q. 선생님들 말씀을 듣고 보니 교과서는 단순한 학습 매체가 아니라 한 나라의 교육관이 고스란히 담긴 상징과도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과연 좋은 교과서란 무엇일까요?


김지영 수학 교과서를 집필할 때 교수님을 비롯해 선생님들끼리 매번 반복하던 말이 있었어요. “학생들이 수학을 잘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학생의 삶과 수학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마침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다”라고요.


강경은 학생이 가장 싫어하는 책이 아니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학생 스스로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교과서가 좋은 교과서라고 생각해요. 교사 입장에서는 교과서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풍성한 수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좋고요.


유대현 제가 생각하는 좋은 교과서는 내용의 오류가 없고, 학생에게 재미있으며, 학생들의 삶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용의 오류가 없는 것은 기본이죠. 여기에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가 들어가는 거죠. 학생들의 학습 동기와 의욕을 불러일으키려면 문제 상황이나 삽화, 이야기 등이 충실하게 채워져야 하고, 그에 맞는 학습 도구도 적절히 활용되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교과서는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통적인 수학 교과 수업이 기본 산술 위주였다면, 지금은 수학적 사고를 키울 수 있도록 달라졌어요. 논리적, 추론적, 창의적 사고를 통해생들은 자기 삶을 이해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바꿀 수 있도록 돕는 교과서가 좋은 교과서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영 덧붙여 말하자면, 미래 사회 구성원에게 유익해야 해요. 그런데 우리는 미래를 살아 보지 않아서, 미래 사회 구성원들에게 무엇이 유익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어요. 그래서 꾸준히 고민하고 여러 사람이 모여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교과서는 그 자체로 교육의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교육 도구일 뿐이에요. 따라서 교과서보다는 교육과정이 더욱 중요하고, 미래 사회 구성원을 위한 교육과정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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