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의 열정과 신념을 공감하며
도란도란 소통할 수 있는 교육 정보 매거진

[공감 talk] 명사의 교실

교사의 상상은 아이들의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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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하나
 열두 살 ‘말랑이’는 20명이 어우러져 사는 ‘하는 반’ 국민이다. 월세가 가장 비싼 자리 ‘하는 반 1열’에 앉고 싶은 말랑이는 자산 모으기에 집중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열심히 공부해 수학 자격증을 취득하고 은행원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은 영어 숙제를 깜빡하는 바람에 소득이 없었고 수업 중 휴대폰을 사용하다 적발돼 벌금까지 냈다.

세계관 둘
 여기는 고구려. 왕, 귀족, 백성이 서열 순으로 비례 배분에 맞춰 국가 운영비를 나눠 가져야 한다. 수학을 이용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운영비를 나눠야 하는 상황!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존립이 흔들린다.

세계관 셋
 ‘하는 반’은 일제의 지배 아래 모든 활동에 제약을 받는 식민지가 되었다. 주권을 찾기 위한 독립운동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목숨은 보장받을 수 없다. ‘하는 반’에서 내 ‘아바타’가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을 안고 과연 독립운동에 나설 수 있을까?




정보 톡톡 메타버스가 처음이라면?

1. ZEP 메타버스 교실
 T셀파는 ZEP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여 현직 교사들이 직접 제작한 수학, 사회, 과학, 사회과 부도의 교과 맵, 평가 맵 그리고 활용 영상을 제공한다.
(T셀파 초등 > 특별 학습관 > ZEP 메타버스 교실)

2. ZEP 에듀
 네이버 ‘웨일 스페이스’에서 서비스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14세 미만 아동도 학부모 동의 후 사용이 가능하다. T셀파와도 연동이 되며, ZEP 활용 가이드(http://docs-kr.zep.us)를 통해 사용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3. 지식샘터
 다양한 에듀테크 관련 연수를 무료로 신청해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지식 공유 서비스(http://educator.edunet.net). 윤태영 선생님도 9월부터 유형별 메타버스 맵을 공유해 연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4. 하는교사.com
 윤태영 선생님이 직접 만든 홈페이지로 누구나 참고할 수 있는 학급 메타버스 기획안부터 자치법 조항, 각종 자료와 양식을 업로드해 두었다.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닌 경험을 만들어 주는 사람

 윤태영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경남 양산의 오봉초등학교까지 장거리를 이동했지만, 정작 선생님이 기자를 맞이한 공간은 세계 어디에서나 접속할 수 있는 메타버스 속 오봉초등학교였다. 실제와 똑 닮은 학교 앞을 서성이자 곧 선생님 아바타가 나타나 기자 아바타를 학교 4층 강당으로 안내했다. 그곳엔 지난 졸업식 때 현수막이 아직 걸려 있었고, 졸업식 녹화 영상에는 졸업생 아바타들이 단상으로 총총 걸어 나가 상을 받은 뒤 선생님 아바타가 축사를 하는 모습이 찍혀 있다. 참석한 아바타들 모두가 무대에 올라가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축하 인사 멘트가 아바타 머리 위로 오가고 아바타들은 춤을 추거나 엄지를 치켜들기도 했다. 실시간 롤플레잉 게임 속 유저가 된 것 같은 현장감과 주체성이 느껴졌다. 그간 접해 온 원격수업이나 화상 졸업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플랫폼이었다.
 오봉초 메타버스 맵을 제작한 윤태영 선생님은 본인과 아이들이 ‘부캐’로 존재하는 메타버스 세계관을 여러 개 설계해 온 크리에이터다. 검색만 하면 어떤 지식이든 얻을 수 있는 오늘날, 그는 교육자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학생들에게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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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로 ‘인생 2회차’ 사는 아이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를 학교 수업에서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메타버스와 수업의 연계를 막막해 하는 교사들이 많다. 이러한 교육 실정에서 윤태영 선생님은 지난해 메타버스를 활용한 1년간의 학급 운영 사례로 교내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메타버스 속에 가상 교실만 만든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자치법을 제정해 학생들이 주권을 가진 학급을 만들었고 가상화폐를 발급해 이를 토대로 가상의 사회생활을 영위했다. 모든 학생이 하나의 직업을 가져 월급을 받고 각 직업은 시험을 치거나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얻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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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령 군인이 되려면 체육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법조인이 되려면 자체 사법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부동산, 주식, 대출 등으로 자산 운용을 할 수 있으며, 학급 내 자리는 거주지로서 임대료를 지불한다. 거대한 하나의 세계가 창조된 것이다. 아이들은 게임을 하듯 이 새로운 세계에 몰입했다. 자격증을 ‘득템’하기 위해 과목별 단원 학습에 집중했고, 가상화폐를 잃지 않기 위해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치거나 친구를 괴롭히지 않았으며, 숙제를 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여겼다. 이 모든 과정은 온라인 메타버스 교실과 현실 교실에서의 수업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이루어졌다.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마치 게임이 끝난 것처럼 아쉬워했다. 구직활동 실패로 “인생의 쓴맛을 봤다”고 말하거나 자산이 마이너스가 되어 “대출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
고 깨닫기도 했다.

게임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 도구
 헌법 사전을 뒤져 가며 초등학생 수준에 맞는 사법고시 문항을 만들었다는 선생님은 메타버스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메타버스를 어떻게 교육 도구로 활용할 것인지가 어려운 점이라고 했다.
“PPT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도구가 등장하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기능을 익히면 금방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채우잖아요. 메타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상공간을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도 계속 등장하고 있고 요즘 많이 쓰는 젭(ZEP)은 교육용 플랫폼으로 이용이 편리해요. 이제 이 도구를 어떻게 수업에 쓸지 고민해야 하는 거죠.”

학습 목적으로 견고하게 설계해야
 윤태영 선생님은 남들보다 많이 알기보다 단지 빨리 접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와 기후변화로 대표되는 불안한 미래 앞에서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항상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자신들에게 가장 비싼 자산이자 하이테크의 집합체인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하는 아이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게임하듯 학교 수업을 재미있게 들을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의 실마리는 메타버스에서 풀렸다. 마침 어렸을 때부터 게임과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윤태영 선생님은 곧바로 메타버스에 ‘승차’했다. 가상화폐의 위험성이나 물질주의 조장과 같은 문제는 없을까. 선생님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화폐를 지급하고 자치법과 같은 명확한 기준에 근거해 교사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학생들 간의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메타버스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는 교사’가 만드는 ‘하면 되는 세상’
 윤태영 선생님의 목표는 학급 메타버스를 학교 전체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미 졸업식, 방학식과 같은 크고 작은 학교 행사를 메타버스로 치렀지만, 보다 넓은 세계관으로 견고한 메타버스를 구현할 예정이다. 학교 교육과정을 반영하고 전교생이 실천해 취득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 분야의 디지털 배지도 만들 계획이다. T셀파와 함께 교과별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메타버스 교과 맵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제껏 그래왔듯 궁극적인 목적은 메타버스의 제작이 아니라 아이들이 재미있게 공부하고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며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자질을 키워 주는 데 있다.
 윤태영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말만 하지 않고 먼저 실천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는 교사’를 자신의 수식어를 삼고, 담당 학급도 ‘하는 반’이라고 부른다. “하면 되는 세상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아이들의 불씨를 키우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근대 교육학의 아버지 존 듀이는 ‘우리는 학교를 교과를 배우기 위한 별도의 장소가 아닌 살아있는 사회생활을 영위하게 해 주는 도구적 장소로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메타버스에서 판사를 하며 성취감을 느꼈던 우리 반 아이가 20년 뒤에 법조인이 되어 있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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